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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캥거루 / 김병수

등록 2006-07-26 18:17

김병수 논설위원
김병수 논설위원
유레카
캥거루는 아랫배에 아기주머니를 달고 있는 ‘유대류’ 동물이다. 태반이 없어 자궁 속에선 새끼를 오래 키울 수 없다. 그래서 미숙 상태로 낳은 뒤 아기주머니에서 더 키운다.

캥거루가 커가는 과정은 경이롭다. 갓난 새끼는 몸길이가 2센티미터, 체중은 1그램도 채 안 된다. 어미는 새끼가 태어나기 전에 아기주머니 안을 깨끗이 핥아낸다. 새끼가 나오는 곳에서 주머니까지 털도 잘 핥아서 길을 낸다. 새끼는 혼자 힘으로 기어오른다. 〈동물은 살아있다〉를 보면, 새끼는 생후 3~8개월 동안 주머니 안에서 젖을 빨며 지낸다고 한다. 그 다음엔 바깥세상 탐험을 하면서 식사는 주머니 안에서 해결하는 과도기를 거친다. 일년이나 일년 반쯤이면 완전히 주머니를 떠난다. 어미는 배주머니 근육을 늦춰 새끼가 굴러 떨어지게 한 뒤, 자리를 떠나 독립을 알린다.

일본 30대 초반 남자 중 45%가 부모와 함께 산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나이가 차도 부모한테 얹혀사는 젊은이가 많아진 건 세계적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런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말이 ‘캥거루족’이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가 유행시킨 말이라는데, 이젠 백과사전에도 오를 만큼 보편화했다.

캥거루가 이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참 억울해할 게다. 캥거루 대형 종의 수명은 12~18년. 새끼가 아기주머니에 의지하는 기간은 그야말로 어릴 때뿐이다. 어른이 돼서도 부모한테 기대는 사람 세계 세태와는 비할 바 못 된다. 캥거루가 새끼를 아기주머니 안에서 키우는 건 태반이 없어서이지 새끼를 과보호해서가 아니다. 갓난 것이 고물거리며 스스로 아기주머니를 찾아가고, 얼추 자라면 어미가 새끼를 주머니에서 ‘몰아내는’ 모습에선 독립심과 독립심 키우기가 엿보인다. 캥거루족이라 부를 게 아니라, 캥거루한테서 배우라고 해야 할 듯하다.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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