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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겨레] 언어 보존 / 권재일

등록 2006-07-27 21:07

말겨레
사라져가는 말을 보존한다는 것은 이들 말을 되살려 직접 쓰도록 하거나, 적어도 문서나 음성·영상으로 기록하여 오래도록 남기는 일이다. 이들을 보존해야 하는 까닭은 뭔가?

문화인류학적 이유가 있다. 말에는 이를 쓰는 민족이 여러 세기에 걸쳐 접촉한 자연·사회 환경과 관련한 숱한 정보가 담겨 있다. 그러니 다양한 언어의 보존은 곧 인류의 문화유산을 갈무리하는 일이다. 북극의 이누이트족은 최악의 기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이를 자신들의 ‘이누이트말’에 반영하여 얼음과 눈에 관한 다양한 명칭을 발달시켰다. 아메리카 대륙의 ‘미크맥말’은 가을에 부는 바람소리에 따라 나무에 다양한 이름을 붙인다고 한다. 어떤 나무에 70년 전과 다른 이름이 지금 붙여져 있다면, 이 나무 이름을 통해 그 사이에 벌어진 자연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언어학적 이유도 있다. 개별 언어가 지닌 다양한 어휘와 문법을 보존할 수 있다. 인디언말 가운데 ‘체로키말’에는 씻는 행위에서 무려 14가지 어형이 있으며, ‘디르발말’에는 뱀장어를 가리키는 수십 가지 명칭이 있다. 언어를 지킴으로써 인류는 이런 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다. ‘한 개, 두 마리, 세 포기’의 ‘개, 마리, 포기’와 같은 세는 단위가 매우 다양하게 분화된 ‘폰페이말’에는 보통 음식과 잔치 때 자기 몫으로 받은 음식을 세는 단위가 다를 정도로 문법이 분화돼 있다. 언어가 사라진다면 결국 이런 낱말과 문법의 다양성과 섬세함을 동시에 잃고 마는 것이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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