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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카스트로 형제 / 김종철

등록 2006-08-08 18:29

김종철 논설위원
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을 넘볼 수 있는 2인자는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매우 위태로운 자리다. 특히 권력이 집중될수록 심하다. 왕조 시대 2인자인 왕위에서 밀려난 형제들은 대부분 독배를 마시거나 유배의 길을 떠나야 했다.

왕의 형제들이 평생 우애를 간직한 경우도 드물게 있기는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 때 성왕인 세종과 그의 형들인 양녕대군, 효령대군이다. 세종의 온화한 성품 덕이 크지만, 두 대군이 스스로 궁중정치를 떠나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던 탓도 있다.

피델 카스트로(80)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1959년 바티스타 정권을 전복시킨 이후 지난 47년 동안 사실상 제왕처럼 통치해 오고 있다. 피델은 얼마 전 장 출혈에 따른 수술을 받으면서 임시로 권력을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75) 국방장관에게 넘겼다. 피델의 권좌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후계자는 라울이라는 관측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다섯 아들을 제쳐두고 동생에게 권력을 자발적으로 넘겨주는 셈이다. 역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형제애다.

피델과 라울은 쿠바 공산혁명의 시발점이 됐던 1953년 몬카다 병영 습격 때와 56년 쿠바 상륙전 때부터 함께 사선을 넘나들었던 혁명동지다. 전설적인 혁명투사 체 게바라와 공산주의 이념을 피델에게 소개한 것도 라울이었다. 그는 쿠바혁명 이후 공식적인 2인자 자리에 있기도 하고 때로는 잠시 뒤로 물러나기도 했지만, 한번도 형의 그림자를 밟고 넘어서지 않았다. 최고 권력자인 형의 신뢰를 줄곧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일지 모른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강경 좌파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시장주의 개혁을 강조하는 실용주의자로 알려졌다. 중국식 경제 개방제도에 호감이 있다고 한다. 형제가 이어 통치하는 쿠바가 생산성 정체 위기를 벗어나 21세기에도 자립할 수 있을지 세계는 지켜보고 있다.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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