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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객원논설위원칼럼] 참여정부의 급식사고 면죄부 / 김상종

등록 2006-08-09 19:45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객원논설위원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객원논설위원
객원논설위원칼럼
“역시 씨제이(CJ), 삼성공화국. 대기업이 사고 치면 왜 못 찾을까? 모두가 추측하고 있는 것처럼 돈으로 공무원들을 산 건지. 대기업이면 무사통과야.”

학교 32곳과 사업장에서 2872명의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한 급식사고의 원인을 모르겠다는 식약청의 발표내용을 보고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 살펴본 인터넷에 실린 댓글들이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는 오묘한 판정으로 씨제이푸드시스템이나 에버랜드에 면죄부를 준 식약청의 처사를 국민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와 유엔식량농업기구의 협력 아래 최근에 마련된 ‘국가 식품안전제도 강화를 위한 지침’에는 소비자 쪽 단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특히 중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의 반복적인 집단급식 사고를 예방하자면 정부 대책의 전체 과정을 정밀히 검토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대목은 누가 이 작업을 하느냐다. 그동안 학교급식법 관련 법규의 처리과정에서 보듯 거대 정당이나 식약청에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시민단체들의 몫이 매우 중요하다. 급식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학부모 단체들도 관련 자료를 요청하여 정부의 그간 행적을 검증하겠다고 한다.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토록 보장하고 협조하여 이번에는 현실성 있는 대안을 꾸려야 한다.

지침은 식품 안전성에 대한 일차 책임을 식품업체가 지도록 하며, 모든 이해당사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도록 식품 안전성을 정기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집단발병의 원인 파악도 못하여 식품업체에 일차적인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을 국가기관이 만들고 있는 우리 현실이 국제적인 수준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가 확인된다.

또한 구체적 점검사항에는 식품을 통해 전염되는 바이러스를 분석하는 검사법의 확보도 포함되어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우리나라에서도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될 정도로 매우 흔한 집단감염 원인 바이러스다. 3년 전에도 집단급식을 통한 집단발병 원인으로 이 바이러스가 추정되었다면 당연히 식품에서 이를 검출하는 기법을 확보해야 했다. 그것이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식약청이 취해야 할 당연한 의무다.

2001년 스웨덴에서 단지 3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음에도 나무딸기로부터 노로바이러스를 검출하여 회수한 사례나 2001년 일본에서 736명의 집단환자가 발생하여 두부와 양배출에서 노로바이러스를 검출한 사례는 물론, 1인당 국민소득 5천달러 수준의 코스타리카에서도 이미 1997년 양배추에서 바이러스들을 검출한 사례도 있다. 필자의 연구실만 해도 이미 10년 전부터 수돗물과 굴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해 왔다. 의지만 있으면 검사법 확보는 국내 기술수준으로도 충분하다. 선진국에서도 식품에서의 검사방법이 없어서 검사할 수 없다고 장관까지 나서더니 이번 최종발표에서도 반복하고 있다.

외국 사례를 소개한 필자의 글을 보고 식약청에서 문의가 왔다. 그 나라에서 한 방법들이 공인방법이냐고. 아직 어느 나라도 공인방법을 정한 나라는 없다. 방법의 정밀도를 더 높이는 노력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단감염이 일어날 경우 공인방법이 없다고 식품업체에 면죄부를 주고 재발을 걱정하게 하는 나라의 관료들과 현재 가능한 방법으로 원인 식품을 찾아내 재발을 방지하는 나라의 관료들 중 참여정부의 혁신업무를 수행하는 관료는 어느 쪽인지 유시민 장관에게 묻는다. 방법이 없다면서도 이번에 조사한 지하수와 수입 깻잎은 무슨 방법으로 했는지도 아울러 묻는다.

김상종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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