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길 국제팀장
유레카
이슬람계 테러의 원조는 11세기 이후 극성했던 이스마일리 시어파의 한 지파인 하시사신이다. 하시사신은 이슬람 정통성을 관철하려고 당시 이슬람 주류였던 아바스 왕조 실력자들을 암살했다. 암살을 뜻하는 영어의 ‘어새신’(assassin)의 어원이 바로 ‘하시사신’이다. 조직의 은밀성은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에 나오는 기독교 성당기사단에 필적한다. 십자군이 건설했던 예루살렘왕국의 왕 콘라드 몬페라토를 암살한 것도, 당시 몬페라토의 정적이던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와 협력한 하시사신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요즘 이슬람계 테러의 주역인 알카에다는 미국의 공적으로 꼽힌다. 그러나 알카에다는 70년대 말 미국 중앙정보국이 탄생시킨 아프가니스탄 무자헤딘에게서 태어났다. 중앙정보국은 아프간을 침공한 소련에 맞서도록 미국 뉴욕에 모병소까지 설치하며 이슬람 청년들을 모아 무자헤딘을 육성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엠에이케이(MAK)라는 무자헤딘 관련 단체를 창설해 병참 등 결정적 구실을 한 사람이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다. 사우디의 대부호 가문 출신인 그는 당시 미국에도 사업기반이 있었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소련 침공 6개월 전부터 아프간 사회주의 정권을 공격하던 무자헤딘을 지원해, 소련을 ‘아프간 덫’으로 유인했다고 자랑하곤 했다. 무자헤딘은 이후 이슬람 전역으로 퍼졌다.
미국행 항공기 10대 이상을 폭발시키려 했다는 최근 테러음모를 두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슬람 파시스트’들과 전쟁 중임을 상기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슬람 파시스트들은 알카에다처럼 바로 미국이 육성했던 무자헤딘에 기원한다. 이런 아이러니 때문인지 알카에다가 했다는 9·11 테러 등의 배후는 미국 정부라는 음모론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 대외정책의 업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의길 국제팀장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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