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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겨레] 말과 나라 / 권재일

등록 2006-08-24 21:36

말겨레
알타이어족에 드는 몽골어파, 튀르크어파, 만주퉁구스어파 가운데 만주퉁구스어파에 속하는 어떤 말을 쓰는 겨레도 독자적으로 나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 어파에 드는 만주어는 한때 중국 대륙을 지배한 청나라를 세운 민족의 말이긴 하지만 한문화에 이끌려 제 말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만주퉁구스어파에 드는 말 대부분이 현재 사라질 위기에 놓인 형편이다. 그것은 다른 여러 까닭도 있겠지만 아마도 독자적인 나라를 이루지 못한 까닭이 제일 클 것이다. 그 말을 쓰는 겨레들이 러시아나 중국에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러시아말과 중국말 위세에 눌릴 수밖에 없다.

만주퉁구스어파 말 가운데 중국 네이멍(내몽골)구자치구에서 쓰이는 어웡키말을 살펴보자. 쓰는 사람이 점차 줄어드는 어윙키말을 지키고자 학교에서 가르치고 민족협회에서 사전을 편찬하고 민담과 노래를 정리하여 보급하고 있지만 힘이 턱없이 모자란다. 이것은 바로 독자적인 나라를 이루지 못하고 큰 나라에 얹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 딸린 관계로 이들은 중국말을 배워야 하고 또 자치구의 중심말인 몽골말도 배워야 하니 자기 말에 관심을 둘 형편이 더욱 아니다.

이는 자기 말을 지키는 데 나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우리 겨레는 독립된 나라가 있고, 이를 통해 말을 지켜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나라의 중요성을 광복을 맞이한 이 8월에 다시금 생각해 본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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