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객원논설위원 칼럼
‘매출액’을 보면 한국의 4대 사회보험은 거의 재벌급이다. 2005년 건강보험의 총지출액이 20조원을 넘었고 산재보험과 고용보험도 각각 3조원을 넘어섰다. 약 4조원에 못미치는 국민연금도 곧 수십조원의 지출을 기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4대 사회보험을 관리하는 공단 직원도 2만명이 넘는다. 이처럼 수십조원을 관리하는 4대 사회보험 공단이 각각 수행하던 보험료 부과징수 기능을 국세청으로 이관하게 되면 사회보험 행정은 일대 변혁을 겪게 된다. 하지만 왜 이것이 필요한지 정책의 목표를 분명히해야 한다.
국세청에서 보험료를 징수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가령 종업원 한 명을 데리고 일하는 식당은 국민연금, 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현재는 각각의 공단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험료를 계산하고 각각 보험료를 징수한다. 식당 주인과 종업원의 소득은 하나이지만 보험료를 산출하는 기준소득은 제각각이며 그나마 정확히 얼마를 버는지도 잘 파악이 되지 않는다. 국세청이 4대 보험료의 기준소득을 정하고 한꺼번에 보험료를 징수하면 보험료의 정확성도 높아지고 유사 업무의 중복을 막아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예측이지만 효율성을 기대하는 이런 논리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하지만 4대 사회보험 부과징수 기능의 국세청 이관은 더 중요한 목적이 있다.
한국 사회보험의 가장 큰 취약점은 보험 혜택을 못 받는 수백만명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료를 낼 능력이 있지만 보험료를 기피하는 많은 사람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자영업을 포함한 중소사업장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수백만개에 이르는 소규모 사업장을 사회보험 공단 직원들이 일일이 방문하여 소득을 파악하고 보험료를 징수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지금보다 공단 인력을 2배 이상 늘린다 해도 각 공단이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부과징수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사각지대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방대한 개개인의 소득 관련 자료를 갖고 있는 국세청이 이 업무를 총괄하게 되면 보험에서 빠져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기가 훨씬 쉬워진다. 그리고 하나의 사회보험의 적용대상이 되면 다른 사회보험에 거의 자동적으로 가입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해소에도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사회보험 공단들은 보험료 부과징수 업무에 너무 많은 인력을 투여하고 있어 정작 중요한 업무는 매우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다. 가령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가입자의 건강관리 프로그램 혹은 병의원에 지급되는 진료비의 효율적 집행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면 중장기적으로 의료비 상승 억제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산재보험도 부과징수 인력을 산재환자와 병원관리로 전환하면 가입자 서비스와 의료비 누수 억제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 역시 수백만에 이르는 미가입자에게 국민연금의 장점을 설득하는 데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즉 부과징수 기능의 국세청 이관은 한국의 사회보험과 관련 공단들이 ‘국민을 위한 사회보험’, ‘국민을 위한 사회보험공단’으로 거듭나는데 획기적 전기가 될 수 있다.
부과징수 기능의 국세청 이관은 사회보험 공단의 구조조정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목적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해소와 중장기적인 사회보험재정 지출의 효율화를 위한 공단 ‘기능의 재조정’에 두어야 한다. 국세청 이관의 정책 목표를 분명히해야 고용문제로 불안해하는 공단 직원들과 노동조합도 한국 사회보험의 환골탈태라는 역사적 대의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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