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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원전정책의 생명은 신뢰와 투명성에 있다

등록 2006-09-03 21:09

사설
지은 지 오래돼 설계상 수명이 다해가는 원자력발전소에서 큰돈이 드는 설비교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6월 캐나다원자력공사(AECL)와 3천억원대의 월성 1호기 압력관 교체공사 계약을 맺은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월성 1호기만 아니라 정부가 수명 연장을 심사 중인 고리 1호기에서도 1990년대 말에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졌다.

월성 1호기 설계수명은 2012년까지로 6년 남았다. 핵심설비 교체를 두고 수명연장을 기정 사실화하는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는 건 당연하다. 대부분 설비의 설계상 수명은 최소한의 수명을 정해둔 것이어서, 사실 연장이 이례적인 건 아니다. 원전 하나를 짓는 데 2조여원의 돈이 든다. 낡은 원전을 고쳐 쓰는 게 경제성이 높을 터이고 안전성에도 문제 없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판단 기준의 전부는 아니다.

국민에게 알리지도 않고 일을 진행하는 자세가 더 큰 문제다. 일방적 원전정책의 단면이 또한번 읽힌다. 원전정책에선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명한 절차와 정보공개는 그 핵심이다. 그게 지켜지지 않으면 국민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터 선정이 그토록 진통을 겪은 것도 신뢰 부족 탓이었는데, 여전히 제대로 깨닫지 못한 듯하다. 이번 설비 교체건만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산업자원부와 과학기술부 등 정부나 발전소 쪽 모두 그간 믿음을 주지 못했다. 고리 1호기만 봐도, 수명연장 방침을 사실상 굳혀 놓고 지난해 과기부에 수명 연장 신청서를 내기 불과 일주일 전에야 주민들에게 그런 사실을 알렸다. 주민들이 반발한 건 당연한 결과다.

원전이 에너지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현재로선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원전 20기를 운영 중인, 세계 6위의 원전국이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자원 무기화가 가속화하는 마당이어서 원전의 중요성이 앞으로 더 커질 상황이기도 하다. 그럴수록 정부나 발전소 쪽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저희끼리 논의한 뒤 뒤늦게 결론만 던지고 국민의 동의를 강요하는 식이어선 안 된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 대한 사전 설득 노력과 배려가 없으면 갈등은 깊어지고 원전정책은 더욱 벽에 부닥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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