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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제대로 된 물관리기본법을 만들자 / 김승

등록 2006-09-10 21:35

김승/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김승/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시론
올여름 홍수 때 발생한 흙탕물은 아직 소양강댐에 머물러 있다. 엄청난 양의 토사는 홍수로 발생했지만 취수와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흙은 관할 기관이 다른 계곡, 고랭지 채소밭, 하천 등에서 유실되어, 관할 기관이 다른 하천을 지나, 관할 기관이 다른 저수지에 쌓이고 또 흘러간다. 우리 물문제는 관할 기관이 다른 여러 지역에서 복합적으로 발생하지만, 대책은 이수(건교부·농림부), 치수(소방방재청·건교부), 환경(환경부)으로 구분되어 중앙에서 추진된다. 이런 물관리 방식은 상하수도, 저수지, 하천제방 건설 등 생존을 위한 물문제 해결에는 유효했지만 요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합적 물문제에는 별 효과가 없다. 흙탕물 문제뿐만 아니라 지자체 간 물분쟁, 물순환 파괴, 물부족 등 숱한 문제가 방치되어 있다.

물문제 해결 방식이 개선될 전기를 맞이했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범정부적으로 물관리 문제를 다루고 부처 간 업무를 조정할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하기 위한 ‘물관리기본법(안)’이 입법예고 중이다. 이 법에는 물관리 기본원칙과 국가물관리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규정들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 법에 따른 국가물관리위원회 구성과 운영만으로 당면한 물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부처 장관들이 위원으로 참여해야 하므로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가 맡을 수는 있다. 그러나 위원장을 보좌할 실무위원회의 위원장을 국무조정실장이 맡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전문성이 부족한 국무조정실장이 물관리 실무를 감당하기 어렵다. 전문성이 충분하다고 해도 행정·정치적 입지로 인하여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어렵다. 더욱이 제시된 안에는 실무위원장을 지원할 전문조직도 없다. 국무조정실 안에 사무지원을 위한 기구와 자문 성격의 전문위원회가 있을 뿐이다. 여러 부처의 물관리 업무를 통합하여 국가 수자원 계획을 수립하는 방대한 업무를 감당할 지원조직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또한 물관리기본법의 기본원칙에 이해당사자들의 참여가 빠져 있다. 우리의 수자원 정책은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협의와 양보가 필수적이다. 새만금이나 영월댐 건설을 두고 사회 구성원들이 심각하게 대립한 근본 이유도 계획 단계에서 협의와 양보를 받아내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던 데 있다. 물기본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정책 수립과 시행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보장하자면 유역물관리위원회의 구성이 필수적이다. 제안된 법안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유역별 물관리 계획을 관계부처의 장관이 기능별로 수립하여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직접 보고하게 되어 있다. 현재의 계획 과정과 차이가 없다. 유역의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들이 유역위원회를 구성하고 자체적으로 유역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여러 부처의 물관리 기능도 유역 차원에서 통합되어 유역계획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그래야 당면한 흙탕물 문제 등 지역의 물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수자원 정책은 다음 세대를 위해서 장기적 안목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이해당사자들인 물관리위원회 위원들 간 실질적인 협의와 양보를 끌어내려면 상호 신뢰가 쌓여야 한다. 제시된 안은 민간 위원들의 임기를 2년으로 제한하고 1회 연장할 수 있게 했다. 계획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위원들 간 신뢰를 구축하기에는 임기가 너무 짧다. 2005년에 폐지된 ‘수질개선기획단’은 전문성이 부족하고 지원하는 조직이 없어서 실패했다. 그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물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

김승/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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