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숨은말탐험] 개구지다 / 한용운

등록 2006-09-10 21:50

숨은말탐험
심하게 장난을 하는 아이를 일컬어 ‘장난꾸러기’ 또는 ‘개구쟁이’라고 한다. 그리고 ‘장난꾸러기’나 ‘개구쟁이’가 하는 행동을 두고 ‘짓궂다’란 표현을 쓴다. 전라남도에서는 ‘제양시롭다’고도 하고, 북한에서는 ‘짓궂다’는 말은 없고 ‘장난궂다’라고 한다. ‘짓궂다’나 ‘장난궂다’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면서 사전에 오르지 않은 말이 있다.

“씨름이며 닭싸움이며를 하느라 한참 동안 개구지게 놀고 난 아이들이 비녀봉으로 칡이나 캐러 갈까 하고 둑을 내려설라치면 ….”(이서하 〈서점 앞에서〉)

“아이보다 천진난만하고 개구진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불렀던 ○○○씨가 또 한편의 애니메이션 주제곡에 도전한다.”(〈씨네21〉)

“그러곤 개구진 미소를 짓다가 인찬의 굳은 표정을 본다.”(최진원 외 〈해바라기 5회〉)

‘개구지다’에서 ‘개구’는 문장에 단독으로 쓰일 수 없는 ‘어근’이다. ‘개구쟁이’에서의 ‘개구’와 같은 뜻으로, ‘장난이 심하고 짓궂음’의 뜻을 나타낸다. 뒤에 붙은 ‘지다’는 ‘값지다’, ‘멋지다’의 ‘지다’처럼 ‘그런 성질이 있음’의 뜻을 더하면서 앞에 오는 어근이나 명사를 형용사로 만드는 뒷가지(접미사)다. 따라서 ‘개구지다’는 ‘장난이 심하고 짓궂은 성질(경향)이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러한 뜻의 ‘개구’가 포함된 북한말로 ‘개구장마누라’가 있는데, ‘입이 걸고 행실이 못된 여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