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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고장말탐험] 미꾸라지 / 이태영

등록 2006-09-12 18:38수정 2006-09-13 13:16

고장말탐험
추어탕이 생각나는 철이다. 미꾸라지와 함께 무청·호박잎·고추를 넣고 끓인 뒤 제핏가루(산초-)를 살짝 쳐 먹으면 구수하고 향긋한 맛이 나는 국이 바로 추어탕이다. 추어탕의 주인공인 ‘미꾸라지’를 남쪽에서는 ‘미꾸리·미꾸라지·웅구락지·용주래기’로 일컫는 등 쓰는 말이 다양하다.

‘미꾸리’는 16세기부터 19세까지 문헌에 나오는 낱말이다. 역사적으로 용언 ‘믯글’(미끌-)에 뒷가지 ‘-이’가 연결되어 ‘믯글이>밋구리’로 쓰면서, 남쪽의 여러 고장에서 ‘미꾸리·미꼬리·밀꾸리’로 소리내 쓴다. 20세기 문헌에서 발견할 수 있는 ‘미꾸라지’는 ‘믯글’에 뒷가지 ‘-아지’가 합친 것으로, 방언에서는 주로 ‘미꾸라지’와 ‘미꼬라지’로 발음하는데, 다른 발음으로는 ‘미꾸락지·미꾸람지·미꾸래기·미꾸래미·미꾸래이·미꾸랭이’ 등 아주 다양하다.

전남에서 사용하는 ‘옹구락지·웅구락지’는 ‘우글우글, 우글거리다’에서 볼 수 있는 시늉말 ‘우글’을 뜻하는 ‘옹굴’에 뒷가지 ‘-악지’가 결합하여 새로운 꼴이 생긴 것이다. 강원도에서는 ‘용고기·용곡지·용주래기’를 쓰는데, 이는 용처럼 생겼다고 해서 만든 이름이다.

함경도에서는 ‘새처네·소천어·종개미·찍찍개’ 등을, 평안도에서는 ‘말배꼽·맹가니·장구래기·증금다리·징구마리’ 등으로 쓴다.

‘미꾸라지’라는 말을 보면, 역사적으로 오래된 형태가 고장말에 여전히 많이 남아 있고, 그 고장의 정서에 맞게 새롭게 만든 말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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