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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쿠데타 / 정의길

등록 2006-09-24 17:31

정의길/국제팀장
정의길/국제팀장
유레카
쿠데타는 인류문명이 권력을 제도화하면서부터 생겨났다. 기원전 9세기 이스라엘의 예후가 왕위를 찬탈한 것이 원조 쿠데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로마의 제국 시대를 연 줄리어스 시저도 쿠데타의 희생자가 됐다. 클라우디스 등 많은 로마 황제들은 쿠데타로 집권했다. 쿠데타는 2차대전 이후 생긴 수많은 신생 독립국에서 일반화됐다.

미국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쿠데타를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했다. 첫째가 혁명적인 군부가 전통 정부를 전복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혁명적 쿠데타다. 주로 청년장교, 하사관이 주도 세력이다. 리비아에서 카다피의 쿠데타가 대표적이다. 둘째가 보호자적 쿠데타이다. 권력구조의 근본적 변동 없이, 치안 유지나 부정 척결 등을 이유로 내세운다. 최근 타이에서 일어난 쿠데타가 그 실례다. 기존 엘리트들이 한정된 권력을 놓고 다투는 것을 비꼬아, 일명 ‘의자뺏기 놀이’라고도 한다. 셋째가 대중의 정치참여나 사회적 동원을 저지할 때 일어나는 비토형 쿠데타다. 대중의 광범위한 반대 속에 유혈사태로 번진다. 칠레의 피노체트 쿠데타, 한국에서 전두환 신군부의 쿠데타가 대표적이다.

2차대전 이후 지금까지 쿠데타는 모두 102차례 일어났으나, 80년대 말 이후 감소 추세다. 경제·사회적 문제들이 더욱 복잡해져, 군부로는 해결될 전망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우호적인 정권을 만들기 위해 쿠데타를 사주하는 미국 등 강대국의 공작이 힘을 잃은 것도 이유다. 2002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밀어내려는 쿠데타는 시민들의 궐기로 무산됐다. 쿠데타 연구로 유명한 에드워드 러트왁 하버드대 교수는 〈쿠데타 정치학 입문서〉에서 쿠데타의 조건으로 소수에 한정된 정치 참여를 들었다. 한국엔 쿠데타를 그리워하는 세력이 여전한 것 같다. 러트왁 교수의 충고를 간과하면 베네수엘라에서처럼 곤욕을 치르게 된다.

정의길 국제팀장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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