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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숨은말탐험] 웃음 / 한용운

등록 2006-09-24 17:32

숨은말탐험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 있으며 잘 웃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웃는 소리나 모습과 관련된 말에서 외국말들이 우리말을 따라올 수 없고, 또 무척 세분화돼 있다. 밝고 해맑게 웃는 모습만 해도 ‘방싯(빵싯), 방글(빵글), 방긋(빵끗), 방실(빵실), 생글(쌩글), 생긋생긋(쌩긋), 생긋방긋(쌩끗빵끗), 싱글벙글(씽글뻥글) 등 숱하고, 참으면서 웃는 소리·시늉으로 ‘키득키득, 킥, 킥킥, 비시시, 배시시’ 등 헤아리기 어렵다. 고까워하는 웃음·시늉으로 ‘샐쭉, 실쭉’ 등이, 그늘지게 웃는 ‘킬킬, 깰깰, 으흐흐, 후후’ 등 손꼽기가 숨가쁘고, ‘하하, 껄껄’ ‘호호’, ‘깔깔’ 등 남녀 구별이 있으며, 여럿이 웃는 소리로 ‘까르르, 와그르르’가 있고, 헛웃음·비웃음·눈웃음 …들도 있으니 ‘웃음’을 주제로 숱한 논문이 나올 법하다. 대소·폭소·미소 … 따위 웃음과 관련한 한자말도 적잖은데 재미가 적다.

“산만하게 보일 수 있는 씨름부원들의 요절복통 캐릭터를 깔끔한 마름질로 정리한 것도 높이 살만하다.”(ㅎ일보 2006.8.31) “그 당황하고 혼란한 꼴은 요절복통할 지경이었다.”(이병주 〈지리산〉)

‘요절복통’(腰折腹痛)은 ‘허리가 끊어질 듯하고 배가 아플 정도로 몹시 웃음’을 뜻하는데, ‘포복절도’와 비슷한 말이다. 일부 국어사전에서 ‘요절복통하다’도 보인다. 우리말에 웃음을 나타내는 말이 무척 많은데, 실제 살아가는 현실에서 자주 웃을 수 있는 일들이 많았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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