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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뜻말맛] 값과 삯 / 김수업

등록 2006-09-25 18:24

말뜻말맛
‘값’은 남 것을 내 것으로 만들 적에 내놓는 값어치다. 거꾸로,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주고 받아내는 값어치기도 하다. 값을 받고 팔거나 값을 치르고 사거나 하는 노릇이 잦아지면서 때와 곳을 마련해 놓고 사람들이 모여서 팔고 샀다. 그 때가 장날이고, 그 곳이 장터다. 닷새 만에 열리는 장날에는 팔려는 것을 내놓는 장수와 사려는 것을 찾는 손님들로 장터가 시끌벅적하다. 값을 올리려는 장수와 값을 낮추려는 손님이 흥정을 할 수 있도록 미리 내놓는 값의 말미가 ‘금’이다. 금을 미리 내놓는 노릇을 ‘금을 띄운다’ 하고, 그렇게 띄워 놓은 금이 ‘뜬금’이다. 뜬금이 있어야 흥정을 거쳐서 값을 매듭지어 거래를 하는데, 금도 띄우지 않고 거래를 매듭지으려 들면 ‘뜬금없는’ 짓이 된다.

‘삯’은 내 것으로 만들며 치르는 ‘값’과는 달리 남 것을 얼마간 빌려 쓰는 데 내놓는 값어치다. ‘찻삯’이나 ‘뱃삯’은 차나 배를 타는 데 치르는 값어치, ‘찻값’이나 ‘뱃값’은 차나 배를 사는 데 치르는 값어치다. 삯에서 종요로운 것은 ‘품삯’이다. ‘품’이란 사람이 지닌 힘과 슬기의 값어치고, 그것을 빌려 쓰고 내는 것이 ‘품삯’이다. 품은 빌려주고 삯을 받기도 하지만 되돌려 받는 ‘품앗이’가 본디 제격이었다. 가진 것이 없어서 품을 팔아 먹고사는 사람을 ‘품팔이’라 하는데, 품을 빌리지 않고 사려면 ‘품삯’이 아니라 ‘품값’을 치러야 한다. 요즘 세상은 거의 모든 사람이 품을 팔아야 살게 되어서 ‘품값’ 때문에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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