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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오즈의 북한핵 실험’ / 정의길

등록 2006-10-08 22:07

정의길/국제팀장
정의길/국제팀장
유레카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다른 세상에 살게 될 것’이라는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표현은 미국 대중문화 최고의 작품 가운데 하나인 〈오즈의 마법사〉에서 유래했다.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오즈의 나라로 온 주인공 도로시는 그의 강아지한테 “토토, 우리는 이제 캔자스에 있지 않은 것 같아”라고 말한다. 갑자기 전혀 다른 상황에 직면했을 때 미국인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다.

1900년에 출간된 라이먼 프랭크 봄의 〈오즈의 마법사〉가 그림동화책에 그치지 않고 미국 문화의 한 아이콘이 된 것은 수많은 은유와 풍유 때문이다. 〈오즈의 마법사〉는 1890년대 고단한 미국 농촌사회의 정치·경제적 격변을 배경으로 한다. 목가적인 캔자스의 시골소녀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오즈의 나라로 갑자기 날아간 것은 이를 상징한다. 거기서 만난 양철인간, 허수아비, 겁쟁이 사자, 난쟁이는 록펠러 같은 석유재벌에 착취당하는 산업노동자, 농민 등 미국 민중을 의미한다.

이들이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는 것은 당시 매킨지 행정부를 상대로 한 노동자농민연대 등 민중세력들의 금본위제 폐지운동을 표현한다. 오즈의 마법사 성이 있는 에메랄드시티는 푸른색 달러 지폐를 발행하는 연방정부를, 오즈의 성을 연결하는 ‘노란벽돌길’은 금을 풍자한다. 당시 잦은 공황의 한 요인이던 화폐 부족을 일으키던 금본위제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연방정부를 농단하던 현실을 야유한 것이다. 소원은, 오즈의 마법사가 아니라 제 자신의 긍정적 사고와 힘으로만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도로시와 친구들은 각성하는 미국 민중들을 은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오즈의 마법사〉는 격변하고 낯선 세상에서 희망찾기라 할 수 있겠다. 그 은유적, 풍유적 표현을 북한 핵실험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협박용 메시지로 썼으니, 강아지 토토가 웃을 일이다.

정의길 국제팀장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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