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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훈민정음 반포일? / 신기섭

등록 2006-10-09 18:26

신기섭 논설위원
신기섭 논설위원
유레카
한글날이 국경일이 된 어제는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560돌’이라고들 한다. 세종대왕이 1443년 훈민정음을 만들고 1446년 ‘반포’(세상에 널리 퍼뜨려 모두 알게 함)했다는 게 상식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반포 560돌의 역사적 근거는 없다.

조선왕조실록은 세종 25년(1443년) 음력 12월 말 세종이 친히 훈민정음을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어 세종 28년 음력 9월 말 훈민정음에 대한 기록이 다시 등장한다. ‘是月訓民正音成’ 일제 시대 많은 한글학자들은 ‘成’을 완성됐다는 뜻으로 보고 ‘이번 달에 훈민정음이 완성됐다’로 해석했다.

하지만 여기서 ‘成’은 ‘완성할 성’이 아니라 ‘책 이룩할 성’이라고 한다.(려증동 경상대 명예교수의 ‘훈민정음을 반포한 일이 없었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실록 한글 번역문도 “이달에 〈훈민정음〉이 이루어졌다”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실록을 정확히 따르면, 1446년은 훈민정음의 해설서 격인 〈훈민정음〉(이른바 해례본)이라는 책이 완성된 때이다. (다만 세종이 1443년에 공개한 훈민정음이 최종적으로 완성된 형태인지, 그리고 반포 시기를 언제로 볼지는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있다.)

실록 오역을 지적한 학자는 여럿이다. 국립국어원 인터넷홈페이지에 실린 ‘한글날의 유래’를 보면, 1940년대 국어학자 방종현 선생이 이 문제를 지적했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1955년 김민수 고려대 교수의 논문 ‘한글 반포의 시기’ 등 여러 문헌이 이를 거듭 지적하고 있다. 이 점을 지적하기는 북한 학자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10월9일은 해례본 서문의 ‘세종 28년 9월 상순’이라는 날짜를 근거로 정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한글날의 의미가 빛바래는 건 아니다. 다만 훈민정음 반포 기록이 없다는 역사적 사실은 기억해둘 만하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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