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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고장말탐험] 꽈리 / 이태영

등록 2006-10-10 18:55

고장말탐험
울타리 근처에 빨갛게 익은 꽈리주머니를 열면 주홍빛 열매가 들었다. 바늘로 씨앗을 빼내고 열매 껍질을 물에 씻어서 입에 물고 바람을 불어넣으면서 살짝 깨물면 소리가 났다. 재미있는 가을놀이여서 아이들은 ‘때왈’ 부는 소리를 크게 내는 데 열중하곤 했다. 이 놀이가 너무나 유행하여 한참 동안 고무로 만든 ‘꽈리’를 팔기도 했다.

문헌에는 15세기에 ‘ 리’가 나타나고, 17세기에는 ‘ 아리’가, 20세기 들어 다시 ‘꽈리’가 나타난다. 역사적으로 변화 과정이 분명한 말이다. ‘꽈리’는 주로 중부지방인 충청도, 경기도, 강원도 등에서 많이 쓴다. ‘까리, 꽤리’ 등을 함께 쓴다. ‘꼬아리’는 ‘꽁아리’와 함께 북녘에서 많이 쓰는 형태다.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는 ‘땅깔, 땡깔, 땡꽐’을 주로 쓰고, ‘뚜깔’도 쓴다. 경북 쪽에서는 ‘뚜가리, 뚜과리, 뚝과리’라 한다. 전라 방언에서는 ‘때깔, 때꽐, 때왈’을 주로 쓰고, ‘꽈리’가 줄어든 ‘꽐’과 ‘하늘때왈, 하늘떼꽐’ 등도 쓴다. 제주 지역에서는 ‘부께, 푸께, 푸게기, 푸께기, 불처귀, 풀처귀, 푼철귀, 하늘푸께’라 일컫는다.

‘꽈리’는 꽈리주머니가 등불이 담긴 초롱 같다고 하여 한자어로 ‘등롱초’(燈籠草)라 하고, 빨간옷을 입은 낭자와 같다고 하여 ‘홍낭자’라고도 한다. 한의에서는 ‘산장’(酸漿)이라고 한다. 가을이 깊어가는 이 계절에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우리 식물이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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