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원 서울디지털대 문예창작학부 교수
야!한국사회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험악해지고 있다. 일찍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면서 인위적인 체제변환 의도를 노골화했던 미국의 태도는 강경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국이기도 한 일본은 발 빠르게 자체 대북 제재안을 내놓았다. 북한의 전통적인 맹방임을 자임했던 중국 역시 핵실험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신중한 대북 제재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낯선 풍경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치권이라고 해서 묘책이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이 와중에도 북핵 위기를 햇볕정책과 그것을 계승한 대북 포용정책 탓이라며 정략적으로 타매하는 풍경을 목격하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목전의 중대 상황 앞에서 정치권이 해야 될 일은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정책적, 외교적 대안을 구상하는 데 있다.
나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정책은 기왕의 포용정책의 기조를 의연하게 유지하는 데 있다고 본다. 물론 안보리에 의한 북한 제재안이 강도 높게 제시되고 결정될 확률이 높지만, 적어도 한반도 위기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은 북한과의 외교적 핫라인을 긴밀하게 유지하는 것은 물론, 개성공단으로 상징되는 남북경협과 금강산 사업 등을 예정대로 진행할 전략적 필요성이 있음을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은 한반도에 존재하는 ‘평화의 인계철선’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대북 강경파들과 국내의 극우세력들에게 일시적으로는 상당한 반발을 살 수 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고립과 봉쇄 정책은 결국 북한으로 하여금 최악의 선택에 대한 유혹을 더욱 강렬하게 할 뿐이며, 그 파장은 우리가 상상하기 싫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확률이 높다. 한반도의 남쪽에 살고 있는 평범한 시민들이 원하는 변함없는 염원은 오직 평화인 것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에 다음과 같은 제안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참전국이 이라크에서 평화유지군을 철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대규모의 자이툰 부대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하고 있다. 고 김선일씨의 고통스러운 죽음에도 불구하고, 또 이라크 파병에 대한 엄청난 국민적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은 여전히 이라크의 폭염을 견디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중요한 루트인 개성공단과 금강산으로 상징되는 ‘평화의 인계철선’은 물론 한국인들의 평화주의를 진심으로 존중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다음과 같은 제안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자주성이란 고립을 자처하는 것이 아니라, 역내의 이웃 국가와 조화롭게 잘 지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핵무장이 체제보장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핵실험 이후 일본 안의 극우 강경파들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고, 예의 북한위협론은 더욱 증폭되어 평화헌법의 개정을 통한 아시아에서의 군사개입과 군비증강을 합리화할 것이다. 맹방을 자처했던 중국 역시 자국 안의 당면한 경제발전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 약화를 의식해, 북한에 대한 새로운 압박을 시작할 것이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영구적인 ‘평화체제’다. 남과 북의 사람들은 변함없이 개성과 금강산을 오가야 한다.
이명원/문학평론가·<비평과 전망>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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