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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북핵 손익구조와 분단체제의 향방 / 이일영

등록 2006-10-15 22:39수정 2006-11-02 10:25

이일영 한신대 교수·경제학
이일영 한신대 교수·경제학
나라살림가족살림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했다. 예고되고 있었지만, 그 파장은 넓고 깊다. 그 속에서 우리 삶에 드리워진 분단의 질곡이 다시 괴물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손해를 입고 이익을 구하는 자가 누구인지, 향후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지를 생각해본다.

먼저 북한을 보자. 군사력을 중시하는 세력은 긴장이 고조되어도 잃을 것이 없는데, 얼마 전부터 국면을 주도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경제적 이익을 선호하는 그룹의 입지는 약해졌다. 북한 지배층의 목적함수는 생존의 확보이고, 협상과 핵 보유는 그 수단이다. 아직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세계적인 핵군축’을 다짐하고 있으므로, 협상을 통한 생존 전략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핵을 보유하려는 세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일반 민중은 ‘고난의 행군’의 선봉에 내몰리겠지만, 당장은 대결의 강도를 높여가는 ‘경로의존성’을 제어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은 어떤가. 조지 부시 행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은 미국의 압박정책이 핵 확산을 억제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당분간 한국의 신용등급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사태에 대한 분석과 함께 안정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미국에도 6자회담의 유용성은 남아 있다. 물론 핵실험은 금융제재가 북한 지배층에 상당한 타격임을 웅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군산복합체는 제재 강화의 수익자다. 전체적으로 제재 강화의 기조 속에서 부분적으로 대화가 시도될 것이다.

남한에서는 ‘우리 민족끼리’를 믿고 내세우던 이들이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북핵 불용, 평화적 해결, 주도적 역할을 원칙으로 삼은 참여정부의 안보정책도 직격탄을 맞았다.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던 평화세력도 타격을 입었다. 개성과 금강산 지구 기업체들의 생존은 남북한 양쪽의 강경파들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소비와 투자 심리가 냉각되면 내년 성장률은 3%대 이하로 내려갈 수도 있다.

북한 ‘핵실험’은 흔들리던 ‘분단체제’를 다시 공고화하고 있다. 남북한 모두에서 냉전형 세력은 일어서고, 추가적인 핵실험, 플루토늄 추출, 원자로 건설, 군사분계선에서의 충돌 등이 이어질 수도 있다. 북한 전체가 시간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심지어는 완전히 낙오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북한이 합리적·점진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는 기회는 축소되었고, 한국이 동북아 공간에서 수행할 수 있는 주도력도 약화되었다. 어쨌거나 서민경제는 한층 더 고단해지게 생겼다.

여기에 요술방망이의 해법이 달리 있을 리 없다. 단호하게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한반도 민중의 삶의 터전을 훼손하는 핵 확산을 반대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충격과 갈등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압력과 제재가 적정선을 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급격한 사태 변화에도 신속히 대응하는 국제협력체계를 만드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한다. 한국은 유엔 결의안에 보조를 맞추면서 6자회담의 복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제 6·15 선언에서 제시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은 당분간 요원한 과제가 되었다. 북한이 고립의 길로 가고 있으므로, 동북아 경제협력을 강화하여 외연으로부터 한반도경제권 형성의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 또 지역질서의 안정을 위해 주요 경제권과의 시장통합을 마냥 늦추기도 어렵다. 구조조정의 피해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면서, 미국·중국과의 시장통합을 중위 수준으로,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는 당분간 호전되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마침내는 거대한 변화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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