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구 때문에 급좌절 -_-’ 한 인터넷 사이트 자유 게시판에 오른 글의 제목이다. 어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위의 ‘급좌절’이라는 말을 비롯해 ‘급실망’, ‘급호감’, ‘급당황’ 등 ‘급(急)-’이라는 접두사를 붙여 만든 새말이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한다. ‘급-’이라는 말은 ‘급가속, 급회전’ 등에서와 같이 ‘갑작스러운’의 뜻으로 쓰이거나 ‘급경사, 급행군’ 등에서처럼 ‘매우 심한’이란 의미를 나타낸다. 최근 유행하는 말들에 포함된 ‘급-’은 이 두 가지 중에 ‘갑작스러운’의 뜻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급-’을 붙인 새말들이 유행하게 되었을까? 이 새말들은 통신언어가 시간과 공간 제약에 따라 생성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단적인 보기다. 제대로 표현하자면 ‘갑자기 좌절했잖아’라고 여덟 자를 써야 하지만 ‘급좌절’이라고 하면 석 자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요새 유행하는 ‘급-’이 포함된 새말들은 ‘급고민, 급민망’처럼 감정이나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 많다. 범위도 넓어져서 토박이말과 합쳐져 ‘급짜증’, ‘급궁금’ 등과 같은 말도 나온다. 한편, 뜻을 유추해 내기 쉽지 않은 말로, ‘급짜식’ 같은 말이 있다. ‘갑자기 차게 식어 가다’를 줄이면서 ‘차’를 ‘짜’로 바꾸었으니 아무래도 처음 보는 사람은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다’라는 뜻을 알아채기 어렵다. 말은 여러 사람이 함께 소통하려는 수단이다. 이 정도면 억지스러워 대중의 호응이 오래가지 못한다.
김한샘/국립국어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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