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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미소

등록 2006-10-18 19:03

가장 아름다운 꽃은 웃음꽃이고, 미소는 꽃이 피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영원한 구도자 틱낫한 스님은 애써 짓는 미소도 예찬한다. ‘숨을 들이쉬면서 마음에는 평화/ 숨을 내쉬면서 얼굴에는 미소/ 나는 느낀다/ 내가 살아 숨쉬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경이로운 순간임을.’ 틱낫한은 억지로라도 미소 지으라고 말한다. “한번의 미소가 얼굴의 수백개 근육을 이완시키고, 그대가 자신의 주인이 되게 한다”고 했다. 붓다가 언제나 미소 짓는 이유도 그것이란다.(〈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에서)

그러나 미소 짓는 이의 속내만큼이나 미소는 복잡하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삶이냐〉에서, 단순한 행동이라도 완전히 묘사될 수는 없다며, 모나리자의 미소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 페이지를 쓸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모나리자의 미소가 유독 신비롭기 때문만은 아니란다. 누구의 미소든 미소는 신비스럽다고 그는 말한다. 섬뜩한 미소도 있다. 소리장도(笑裏藏刀)의 미소(웃음)는 속에 칼을 감추고 있는 음험한 미소다. ‘언제나 웃고 있는 자는 사람을 잘 속인다’는 프랑스 속담도 있다니, 동과 서의 눈이 비슷한 듯도 하다.

그래도 리더들은 곧잘 웃는다. 컨설턴트인 데브라 벤턴은 〈미소의 카리스마〉에서 “성공한 리더들은 온화한 얼굴에 항상 미소를 머금고 사람을 편안하게 이끄는 힘이 있다”며 리더가 되려면 웃으라고 한다.

그래서인가? 텔레비전에 비친 노무현 대통령도 자주 미소 짓는다. 보수언론의 집요한 공세와 지지자들까지 등 돌리는 쓰린 상황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는 노력이 몸에 밴 탓인가? 한-일 정상회담 뒤에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실험이란 심각한 얘기를 하면서도 입가엔 가끔씩 미소가 비쳤다. 칼을 감춘 미소도, 속이려는 미소도 아닐 터이다. 그러나 걸린다. 때맞지 않은 리더의 미소는 진지함을 떨어뜨린다. 보기에도 부담스럽다.

김병수 논설위원실장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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