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
한반도 주변 정세가 갈림길로 치닫고 있는 지금, 집권 여당을 하필 김근태라는 특이한 정치인이 이끌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운명적이다.
김근태 의장은 북한의 핵실험 바로 다음날인 10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위기와 교류를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 적극적 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당장 상황이 어렵다고 평화의 옷을 갑옷으로 바꿔 입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의 ‘일갈’은 대북 강경론 쪽으로 기웃거리던 일부 의원들을 주저앉혔다.
정부와 여당의 기류가 ‘대화에 의한 해결’로 가닥을 잡은 것은 전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근태 의장 두 사람 덕분이다. 아니, 열흘이 지난 지금도, ‘광야’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장내’에서는 김근태 의장이 각각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김근태 의장은 20일 열린우리당 의원 6명과 함께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어떤 보수 언론은 그를 향해 ‘정체성이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빨갱이 아니냐’는 얘기일 것이다.
개성공단 방문을 두고 당내에서도 신중론이 꽤 있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하면 김근태 의장은 당 안팎의 온갖 비난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높다. 대선주자로서 앞날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정치적 계산으로는 ‘견적’이 잘 안나오는 상황인데도 결행을 한 것이다.
그런데도 왜 갔을까? 물어 보았다.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이 여기까지 왔다. 두 가지를 더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이뤄 북한을 시장경제 체제로 통합해야 한다. 그래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또 동아시아의 중심지역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그것이 시대정신이다.”
논리적인 설명이다. 한번 더 물어 보았다. 평생을 ‘분단세력’과 싸운 사람으로서 인간적인 소회가 있을 것 같아서다. “위험 부담이 있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정치인 김근태의 미래보다는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 상황이 더 나빠지면 안 된다. 몸으로 막고 싶었다.” 국민들이 그의 그런 마음을 이해해 줄까? “걱정스런 대목이 있긴 하지만 국민들을 신뢰한다. 진실을 꿰뚫어보고 있다. 북한 핵문제는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지 않은가.” 말이 그렇지, 핵실험 이후에도 북-미 대화를 강조하는 것은 보통 ‘내공’이 아니면 어렵다. 강경론으로 돌아서는 것이 훨씬 간명하고 처신도 쉽다. 민주당은 못 견디고 “대북 제재에 동참하자”는 쪽으로 돌아섰다. 지금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근태 의장이 ‘통’하는 것은 역사의 필연인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과거 군사독재와 싸웠다. 군사독재는 분단세력이었다. 그 맞선점에 서 있던 사람들은 넓은 의미에서 통일세력이었다.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는 같은 뜻의 다른 말이다. 김근태 의장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을 지냈다. 그는 86년 자신이 고문받은 사실을 폭로해 민주화를 앞당겼다. 2001년에는 한반도 재단을 세웠다. 김근태 의장은 친북세력인가? 아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친미주의자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했다. 또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추가 핵실험은 절대로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북한 정권에 대해 한 마디 짚고 넘어가자. 김정일 정권은 무모하다. 아무리 다급해도 그렇지, 민족 전체의 운명을 담보로 ‘핵 도박’을 벌이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그들은 미국을 향해 시위를 한다고 하는데, 정작 죽어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과 남한의 민중들이다. 그리고 김근태 같은 괜찮은 정치인들이다. 답답한 노릇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논리적인 설명이다. 한번 더 물어 보았다. 평생을 ‘분단세력’과 싸운 사람으로서 인간적인 소회가 있을 것 같아서다. “위험 부담이 있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정치인 김근태의 미래보다는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 상황이 더 나빠지면 안 된다. 몸으로 막고 싶었다.” 국민들이 그의 그런 마음을 이해해 줄까? “걱정스런 대목이 있긴 하지만 국민들을 신뢰한다. 진실을 꿰뚫어보고 있다. 북한 핵문제는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지 않은가.” 말이 그렇지, 핵실험 이후에도 북-미 대화를 강조하는 것은 보통 ‘내공’이 아니면 어렵다. 강경론으로 돌아서는 것이 훨씬 간명하고 처신도 쉽다. 민주당은 못 견디고 “대북 제재에 동참하자”는 쪽으로 돌아섰다. 지금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근태 의장이 ‘통’하는 것은 역사의 필연인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과거 군사독재와 싸웠다. 군사독재는 분단세력이었다. 그 맞선점에 서 있던 사람들은 넓은 의미에서 통일세력이었다.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는 같은 뜻의 다른 말이다. 김근태 의장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을 지냈다. 그는 86년 자신이 고문받은 사실을 폭로해 민주화를 앞당겼다. 2001년에는 한반도 재단을 세웠다. 김근태 의장은 친북세력인가? 아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친미주의자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했다. 또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추가 핵실험은 절대로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북한 정권에 대해 한 마디 짚고 넘어가자. 김정일 정권은 무모하다. 아무리 다급해도 그렇지, 민족 전체의 운명을 담보로 ‘핵 도박’을 벌이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그들은 미국을 향해 시위를 한다고 하는데, 정작 죽어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과 남한의 민중들이다. 그리고 김근태 같은 괜찮은 정치인들이다. 답답한 노릇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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