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09 18:31
수정 : 2005.03.09 18:31
학자금 대출 제도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도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1985년 도입됐다. 시중 금리의 절반도 안 되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고, 졸업 이후 직장을 얻은 뒤 7~11년 동안 나눠서 갚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저소득층 가정에 큰 도움이 돼왔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은행들이 이런저런 까다로운 자격을 요구하면서 문을 좁힌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교육인적자원부가 학자금 대출금이 정말 돈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대학에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먼저 학교에서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대학은 제도의 취지대로 저소득층 학생들을 선발해야 하는데, 그동안은 번거롭다는 이유로 사실상 선착순으로 추천서를 발급했다. 이러다 보니 학자금 대출을 용돈으로 쓰려고 외제차를 몰고와 대출을 받아간 학생까지 있었다고 한다.
교육부는 이런 문제를 고치기 위해 올해부터 대학이 추천서를 발급할 때,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증명서 등 가정 형편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받도록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학들이 어려운 학생들을 추천했다. 그런데 정작 대출 창구에서 막혔다. 은행들이 돈을 떼일지 모른다는 걱정에 돈 없는 학생들을 걸러낸 것이다. 결국 대출 실적은 은행들이 애초 정부와 약속한 것의 20~30%밖에 안 됐다. 또 우리·신한·외환·제일은행은 아예 학자금 대출 취급을 외면했다.
은행들로서는 골치 아픈 학자금 대출을 하느라 대학생들을 상대하느니, 프라이빗뱅킹센터에서 부자 고객 한명을 상담하는 게 훨씬 돈이 될 것이다. 하지만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고리의 대부업체를 찾아가거나 사채시장에서 발을 구르는 서민들을 위해서도 은행은 문을 열어야 한다. 이것이 은행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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