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임 여성을 위해 아이를 낳아주는 대리모 문제가 요즈음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우리가 ‘일본의 자궁 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선정적 표현까지 입길에 오른다. 일본인 불임 부부를 위해 우리나라 여성들이 난자 공급처가 되고 대리모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당장 필요한 돈만 준다면 난자를 제공하거나 나아가 자궁을 빌려주는 행위를 하는 것도 불사할 만큼 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는 이 여성들에게 상대가 일본인이건 한국인이건 무슨 상관이겠는가? 더구나 일본인한테서는 더 큰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대리모 행위가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근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우리 의식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가부장주의의 영향으로 여성이 불임인 경우 난자 기증을 받고 대리모를 고용해서라도 남편의 혈통을 잇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이다. 둘째, 대리모에 관한 법규가 없으므로 대리모 행위가 불법이 아니며 금지된 사항도 아니라는 점이다. 셋째, 돈만 준다면 난자를 제공하거나 대리모가 되어줄 취약계층 여성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넷째, 대리모와 대리모를 구하는 불임 부부를 이어주고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중개하는 브로커가 있다. 다섯째, 대리모 시술을 해주는 의사와 병원이 있기 때문이다.
대리모 행위는 많은 윤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생명을 거래하는 일일 뿐 아니라, 대리모와 태어나는 아이의 인권유린 문제도 심각하다. 아이는 정상적으로 부모 밑에서 태어나 행복하게 자랄 권리가 있는데, 대리모 아이에게는 이런 권리 보장이 어렵다. 또한 대리모가 아이를 낳아 넘겨주고서 정신적 공황 상태를 겪을 수 있으므로, 대리모의 신체·정신적 건강 위해 문제도 심각하다.
그런데도 대리모의 건강과 이익 등 이들의 인권을 보호할 아무런 장치도 없다. 대리모를 하겠다고 나설 정도의 취약계층 여성은 브로커의 횡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 관련 법규가 없어 대리모 계약을 하더라도 법적 유효성이 보장될 수 없다. 더욱이 처음부터 대리모를 고용한 여성이 자신이 임신해서 아이를 출산하는 것처럼 각본이 짜이기 때문에, 실제로 임신한 대리모는 자신을 고용한 여성인 것처럼 꾸며져 출산한 후 즉시 아이와 떨어져 퇴원시킨다고 한다. 대리모의 건강 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한 친족간의 난자 제공과 대리 출산처럼, 누가 대리모가 되느냐에 따라 가족 관계에 혼란이 올 수 있다.
대리모를 하면서 난자 기증을 함께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거래를 통해 자신의 생물학적 아이를 낳아 타인에게 양도하는 난자 공여 및 출산 행위는 자신의 아이를 파는 부도덕한 생명 거래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생명윤리법은 난자 매매와 알선을 금지하고 있다. 난자 공여에 금전이 오가는 것은 불법 행위다.
이처럼 대리모 시술은 태어나는 아이와 대리모의 인권 침해, 여성의 도구화, 생명 거래, 가족 관계의 혼란 등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항간에 대리모 행위가 실제로 이뤄지고 암거래도 있으므로 법제화·양성화하자는 주장이 있으나, 윤리적 문제를 양산할 수 있는 부도덕한 방법을 통해 불임 부부가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법규 제정은 필요하나, 난자 기증을 동반한 대리모 고용은 물론, 대리모 행위 일체를 금지해야 할 것이다.
구인회 가톨릭의대 인문사회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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