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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겨레] 자음의 짜임새 / 권재일

등록 2006-10-26 17:23수정 2006-10-28 02:33

말겨레
한국에 사는 미국 사람이 ‘팔’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 우리말로 ‘팔’이 아프다고 했는데, 의사는 ‘발’이 어떻게 아프냐고 묻는다. ‘발’이 아니고 ‘팔’이 아프다고 하지만, 한국 의사는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영어를 쓰는 사람은 머릿속에 우리말의 ‘발’과 ‘팔’이 구별되어 갈무리돼 있지 않아 이 두 발음을 구별하려 하지만 꽤 어렵다. 우리말을 쓰는 사람에게는 두 소리가 아주 자연스레 구별해 저장하고 있는데다 ‘빨’도 구분한다. 따라서 비슷한 [ㅂ·ㅍ·ㅃ] 세 소리를 정확히 구분한다. 그러니 [불·풀·뿔]도 아무 혼돈 없이 구별된다. [ㄱ·ㅋ·ㄲ], [ㄷ·ㅌ·ㄸ], [ㅈ·ㅊ·ㅉ] 역시 그러하다. 우리말은 자음에 세 짝을 이루어 구별한다.

영어에서는 이런 구별이 없고, 단지 유성음과 무성음이라는 두 짝을 구별한다. 우리말 ‘바보’의 두 ‘ㅂ’을 우리는 구별하지 못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앞의 [ㅂ]은 무성음으로 뒤의 [ㅂ]은 유성음으로 전혀 다른 소리로 구별해 인식한다. 마치 우리가 ‘발’과 ‘팔’을 구별하듯이. 영어뿐만 서양말 대부분이 그러하고, 가까이는 일본말·중국말도 그러하다. 이처럼 언어마다 자음의 짜임새는 각각 다르다.

우리말처럼 자음이 세 짝을 이루는 말에 동남아시아의 태국말·베트남말이 있다. 베트남말에서 [가]는 ‘정거장’, [카]는 ‘상당히’, [까]는 ‘노래하다’이다. 그렇다고 우리말과 베트남말이 말겨레가 같다는 것은 아니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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