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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아파트값 내리기, 어렵지 않다 / 김태동

등록 2006-11-06 17:31

김태동/성균관대 교수·경제학
김태동/성균관대 교수·경제학
기고
북한의 핵실험으로 나라 안팎이 시끄러운데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남부는 물론 휴전선과 가까운 경기도 북부까지 아파트값이 폭등하는 것이다.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최근 주택가격이 떨어져서 걱정인데, 왜 우리만 유독 너무 오르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가? 그 이유는 딴 나라보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제도정비가 미흡하고, 투기를 조장하는 정책과 환경은 풍성하기 때문이다.

첫째, 종합부동산세제가 도입·확대되었지만, 지난 봄 지방선거 뒤 6억원 이하 주택에 재산세 인상률을 제한한 것이 화근이다. 대부분 주택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선진국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며, 이는 투기를 일반화한다.

둘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철저하지 못하다. 이것도 다주택 소유자를 보호하는 성역이다.

셋째, 아파트 분양제는 공급증대 효과보다 투기촉진 효과가 더 크다. 판교나 파주, 은평 뉴타운에서 보듯 실수요자를 배제하고 자금조달 능력이 큰 투기세력의 자산증식 기회를 제공한다.

넷째, 일부 고위관료나 국회의원의 기회주의로 말미암아 경기부양책이 너무 쉽게 도입되고, 일관성 없는 부동산 대책을 양산한다.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수십 번 강조한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정책금리를 낮추고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려 한다.

참여정부는 대통령과 경제부처의 엇박자, 여야와 당정에 퍼진 건설업체와 투기세력의 힘에 우왕좌왕한다. 최근 나온 검단 등 새도시 건설 계획, 기반시설 재정부담 발표 등은 너무 졸속인데도 타당성을 두고도 의문이 많다. 기존 방식대로 분양값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건설업체의 폭리가 허용되는 한, 용적률 상승 등 환경과 품질의 희생을 통하지 않고는 분양값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두렵다.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위기에 이어 부동산발 제3의 경제위기가 먹구름으로 다가오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이룰 일인당 2만달러 소득의 한국경제는 거품 붕괴 때 10년 이상의 장기불황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땅에 떨어진 신뢰도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인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청와대와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여당, 각종 위원회 등에서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하고, 잘못된 정책을 주도한 인사를 교체하여야 할 것이다. 정책 생산자는 그대로 두고 정책의 옷만 바꾸어 내보내는 것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속이는 것으로 오해받는다. 이왕 발표된 새도시는 철저히 공영개발을 하고, 따라서 후분양제와 분양값 상세 공개를 자연스럽게 하고, 청약자격을 싱가포르 식으로 철저히 실수요자 중심으로 제한하고, 최초 매입자가 되파는 경우에도 주택공사 등이 되사는 식으로 해서 투기요소를 줄여야 한다. 종부세는 계획대로 흔들림 없이 과세하되, 1년도 안 돼 투기지역에서 빈껍데기가 돼 가는 실거래값 신고제를 최선을 다하여 지켜내야 한다.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여 부동산 선호도를 낮추어야 한다. 시중은행의 주택금융 총액 제한 여부는 한국은행법에 따른 금통위의 권한이자 의무이므로, 수수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경기 부양책은 분기별 경제성장률이 연율로 2%를 2분기 연속 밑돌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 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한다면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값은 2~3년 뒤가 아니라 당장 내림세를 보일 것이다. 국민경제는 가장 큰 걱정거리를 덜게 되고, 부수적으로 정권의 신뢰도는 치솟을 것이다.


김태동/성균관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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