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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중도 / 곽병찬

등록 2006-11-07 17:18

곽병찬 논설위원
곽병찬 논설위원
유레카
1929년 미국의 주식값 대폭락과 함께 폭발한 대공황은 공업 생산량의 추락과 농산물 가격 폭락, 유럽의 금융공황, 그리고 대량 실업사태를 불러왔다. 각국은 시장에 대한 국가의 전면 개입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극좌(공산주의), 극우(파시즘 국가독점자본주의) 극단주의가 확산됐다. 독일이나 이탈리아는 파시즘을 선택했다.

각국이 극단주의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스웨덴의 사민당은 양단을 피해 시장경제의 효율성과 국가 계획의 안정성을 결합하려 했다. 그 결과 노동자 자본가 정부 삼자의 대타협으로 이른바 ‘스웨덴 모델’이 탄생했다. 25%에 이르던 대량실업 사태 속에서, 자본가는 일자리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노동자는 임금을 양보했으며, 정부는 사회보장을 약속했다. 스웨덴은 급속히 안정을 되찾았고, 각국은 스웨덴을 주목했다. 1936년 미국의 언론인 마르퀴스 차일즈는 이 모델을 연구해, <중도>(The Middle Way)를 출간했다. 지금은 좌파 정책의 상징으로 꼽히는 스웨덴 복지국가제도에 붙인 이름이 바로 중도였다.

‘중도’는 90년대 중반 서유럽에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영국의 노동당은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주창한, 좌파와 우파를 넘어선 ‘제3의 길’을 깃발로 내걸었고, 독일 사민당은 자신을 새로운 중도정당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들의 중도는 신자유주의로의 우선회를 뜻했다. 사민당은 지난 총선에서 패했고, ‘바지 입은 대처리즘’, 제3의 길은 궁지에 몰렸다.

요즘 정계개편 논란 속에서 중도가 각광을 받는다. 중도 개혁세력 통합론, 신중도론, 혁신적 중도 통합론, 중도통합 실용주의, 심지어 평화양심 중도통합이란 깃발도 오른다. ‘좌파 노무현’을 극복하겠다는 것인데, 누가 이 정부를 좌파라고 할까. ‘원조’ 중도(스웨덴 복지국가)에서 보면 우파 신자유주의 정권일 뿐인데.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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