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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새말탐험] ‘오빠 부대’ / 김한샘

등록 2006-11-08 19:07

새말탐험
‘오빠 부대’를 유행시킨 이는 가수 조용필씨가 아닌가 한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오빠 부대’라는 말도 이제 세월의 뒤편으로 사라져 간다. ‘비 오빠 부대, 동방신기 오빠 부대’라는 말은 쓰이지 않는다.

요즘 등장한 ‘비빠, 동방빠’ 등의 새말에는 비난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여기서 ‘-빠’는 ‘오빠’의 뒷글자를 딴 말인데, 어린 여자가 손위 남자를 정답게 이른다는 뜻은 사라지고 어떤 대상을 맹목으로 지지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 된 것이다. ‘오빠’라는 말에 담긴 남성과 여성의 관계도 허물어졌다. 국가 대표팀을 열성적으로 응원하여 애매한 판정이 있었을 때 무조건 대표팀의 편을 드는 ‘국빠’나 일본 문화를 숭상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일빠’, 무조건 황우석 교수를 지지하는 ‘황빠’ 등의 새말은 젊은 여성들이 아니라 그런 특성을 지닌 사람들을 뭉뚱그려 일컫는다.

무조건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도 문제지만 까닭 없이 헐뜯고 비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남의 결함을 들추어 비난한다는 뜻의 ‘까다’를 줄인 ‘-까’는 ‘-빠’와 대칭을 이루어 어떤 대상을 이유 없이 헐뜯고, 한편으로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을 만들 때 쓰인다. ‘국까·일까·황까’ 등이 그 보기다.

말을 만들기가 쉽고 간단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빠·~까’ 반열에 오른다. 속된 새말을 무분별하게 만들어 쓰는 것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겠다.

김한샘/국립국어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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