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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겨레] 말소리의 높낮이 / 권재일

등록 2006-11-09 18:25

말겨레
우리는 같은 말소리라도 높은소리로 낼 수도 있고 낮은소리로 발음할 수도 있다. 그런데 세계 언어 가운데는 같은 소리를 높은소리로 내는 말과 낮은소리로 내는 말이 서로 다른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아프리카 가나말에는 높은소리와 낮은소리가 구별되어 쓰인다. [papa]라는 말을 살펴보자. 앞의 [pa]를 높게 내면 ‘훌륭한’이라는 뜻이 된다. 뒤의 [pa]를 높게 내면 ‘아버지’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두 소리 모두 낮게 내면 ‘종려나뭇잎 부채’를 뜻한다. 이처럼 말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서로 다른 낱말이 된다.

이번에는 높은소리, 낮은소리에다 가운뎃소리까지 구별되어 세 단계로 쓰이는 말을 살펴보자. 나이지리아말에서 [kan]을 높은소리로 내면 ‘깨뜨리다’, 가운뎃소리로 내면 ‘맛이 시다’, 낮은소리로 내면 ‘도착하다’라는 뜻이 된다. 이처럼 높낮이가 낱말의 뜻을 구별해 주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말이 바로 이웃 중국말이다. 중국말에는 무려 네 가지 높낮이가 구별된다. 따라서 중국말로 대화할 때는 높낮이 발음을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뜻이 통하지 않는다.

우리말은 어떨까? 옛말에는 이런 높낮이 구별이 있었지만, 지금은 일부 고장말을 제외하고는 사라졌다. 15세기에 ‘꽃’은 낮은소리였고, ‘풀’은 높은소리였고, ‘별’은 낮았다가 높아가는 소리였다. 그러나 요즘은 ‘꽃·풀’은 짧은소리로, ‘별’은 긴소리로 바뀌었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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