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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겨레] 말소리의 억양 /권재일

등록 2006-11-15 19:15

말겨레
우리는 낯선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그 사람의 고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독특하게 쓰는 낱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대개는 말씨에 나타나는 억양으로 알 수 있다. 억양이란 문장에 얹히는 소리의 높낮이를 말하는데 억양은 그 말의 특징을 구별해 주는 구실을 한다. 억양을 통해 사투리를 분간할 수 있는 것은 우리말뿐만 아니라 여러 말에서도 마찬가지다. 영어에서 영국영어, 미국영어를 분간하고, 미국영어 가운데서도 인종간의 언어 차이를 분간하는 데 억양이 그 몫을 한다.

그런데 억양은 문장의 문법 기능을 구별하는 데도 쓰인다. 우리말에서 보면, 똑같은 문장을 두고 끝 억양을 올리느냐 내리느냐에 따라 문법 기능이 달라진다. ‘이 책 읽었어요’를 끝을 내려 말하면 ‘읽었다’는 서술의 뜻이고, 끝을 올려 말하면 ‘읽었느냐’란 의문의 뜻이다. 영어에서도 ‘You are reading the book’을 올려 발음하면 묻는 문장이 된다. 대부분 언어에서 서술문은 문장 끝에 내림 억양이 놓이고 의문문은 문장 끝에 올림 억양이 놓인다.

문장이 아니더라도 한 낱말로 된 말도막도 억양 따라 뜻이 구별되는 경우가 많다. 영어 ‘What’은, 억양을 올리면 앞에 한 말을 되풀이해 달라는 요구이며, 내리면 내가 잘 듣고 있다는 뜻이고, 높은소리로 말하면 절망과 불신을 나타낸다. 이처럼 억양은 모든 언어에서 말씨의 특징을 나타내기도 하고, 문법적 기능을 구별해 주기도 한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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