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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교대생들은 왜 차가운 거리에 섰나 / 박찬석

등록 2006-12-06 18:37

박찬석 공주교대 윤리교육과 조교수
박찬석 공주교대 윤리교육과 조교수
기고
수업을 천금처럼 여기는 교대생들이 수업을 무기한 거부하고, 서울 정부중앙청사, 지역 교육청으로 시위하러 다니면서 고생을 하고 있다. 초등 예비교사들인 교대생들이 왜 이처럼 수업을 거부하고 찬바람 부는 거리에 나섰는지, 무엇을 호소하는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초등교사 임용 감축 방침대로라면 2007년도 임용고시에서 50% 이상의 교대생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되어 있다. 국가가 많은 재정을 들여 초등교육에 전념하도록 지원하고 있는 인재들이 실업의 아픔을 예고받은 셈이다. 현행 교육과정에 따라 대학 4년 동안 임용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온 이들 예비교사 청년들의 분노와 실망은 말로 할 수 없다. 교대생들이 동맹휴업을 해제한다고 해도 정부의 진지한 노력 없이는 상황이 갈수록 악화할 것이 분명하다.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데 교대생이나 정부 등 모든 교육주체가 상대에 귀기울이고 지혜를 모으는 일이 시급하다.

우선, 교육인적자원부가 초등교육에서 추진하는 ‘학급 총량제’에 대한 진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의 ‘2006~2020 중장기적 교원수급 정책’에 따른 내년 법제화 움직임은 그동안 줄곧 정부가 밝힌 초등교육의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 중장기 교원 수급에서 학급총량 35명을 기준으로 모든 학급을 구성한다면 교육적으로 낙후된 지역은 교육문화가 단절될 뿐만 아니라, 교육 재정의 운영에서도 양극화 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선진국의 학급당 22명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학급총량제의 법제화 움직임은 재고되어야 한다.

둘째, 정부가 공약한 국민총생산(GNP) 대비 교육재정 6%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교원 수급 문제를 각 시·도 교육청에 맡겨두고 있다. 지금도 각 시·도 교육청은 3조원이 넘는 빚에 허덕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책임지지 않는 교원 수급을 시도 교육청에서 감당하기란 어렵다. 시도 교육청은 갈수록 열악한 인건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교육여건 개선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현 교육재정 4%는 ‘우리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더 많은 교육재정을 확충하고 미래 인재를 담당할 교사들의 임용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그럼에도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번 중장기 대책도 ‘혁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혁신은 사람을 모이게 하고 희망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능력이 있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혁신이다. 반드시 써야 할 사람을 안 쓰며, 꼭 써야 할 가치에 대해 비용을 안 쓰고 절감한다는 정도가 파격이고 혁신이라는 생각은 근시안적이기 짝이 없다. 바로 그러한 의미에서 교대생들은 우리 교육의 어두운 미래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바람에 교육계도 아무리 예외가 아니라지만 교육정책의 열쇳말은 역시 ‘사람’이다. 초등교육의 산실이 더는 교육 외적인 논리로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도시에서 떨어져 수려한 자연의 품에 안긴 마을의 아이들이 통학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밥을 거르고 자기 마을을 부끄럽게 생각하게 하는 그런 혁신은 정말로 재고되어야 한다. 교육정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지나치게 경제논리에 빠져 있다면 우리의 희망인 ‘사람’들의 아픔과 좌절은 어디서 보상받을 것인가.

교육부는 성급하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갈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학생들이 수긍하고 초등교육에 매진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할 것을 간절히 바란다.

박찬석 공주교대 윤리교육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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