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말겨레] 미래시제 / 권재일

등록 2006-12-07 17:03

말겨레
어느 나라 말이든 지난적(과거)을 표현하는 방법은 분명하다. 그러나 올적(미래)을 나타내는 방법은 일정하지 않다. 우리는 대체로 ‘-겠-’으로 올적을 표현하지만, ‘-겠-’은 미래뿐만 아니라 의지·추측도 나타낸다. “어제 굉장히 재미있었겠구나”에 쓰인 ‘-겠-’은 지난 일을 추측하는 것이지 결코 미래가 아니다. 또한 ‘-겠-’을 쓸 자리에 ‘-을 것이(다)’를 자주 쓴다.

영어에서도 과거는 어미 ‘-ed’로 표현하지만, 미래를 나타내는 어미는 따로 없다. 그래서 보조동사 ‘will’이나 ‘shall’을 써서 미래를 나타내는데, 역시 의지·추측도 나타낸다.

인도 미슈미말은 지금 시간에서 멀고 가까운 정도에 따라 다양한 어미를 갖췄고, 아프리카 벰바말도 미래를 여러 등급으로 나눠 쓴다. 미슈미말에서 ‘ha tape tha-de’라 하면 내가 금방 밥을 먹을 것이라는 뜻이고, ‘ha tape tha-ne’라 하면 한참 뒤에 내가 밥을 먹을 예정이라는 뜻이다. 벰바말 역시 과거시제처럼 미래도 네 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ba-alaa-boomba’라 하면 한 서너 시간 지나서 일할 것이라는 뜻이며, ‘ba-lee-boomba’라 하면 오늘 늦게 일할 것이라는 뜻이고, ‘ba-ka-boomba’라 하면 내일 일할 것이라는 뜻이며, ‘ba-kaa-boomba’라 하면 모레 이후 일할 것을 나타낸다.

언뜻 보면 미래 표현이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이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구분해 쓴다. 언어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