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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3 19:39 수정 : 2005.03.13 19:39

논농사에서 제초를 위해 아르헨티나 원산지의 왕우렁이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2003년 현재 4461농가, 3578ha로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그런데 왕우렁이가 월동하여 이앙 초기에 어린 벼를 가해하거나 자연생태계에 유입되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왕우렁이를 제2 황소개구리 운운하면서 보도하고 있다. 나는 왕우렁이를 논 생태계의 중요한 자원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야 한다고 본다.

필리핀의 경우, 왕우렁이가 대부분 논에 살고 있고 일부는 해충으로 일부는 자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필리핀은 농민의 수익사업과 단백질 공급원으로 도입되어 양식장에서 주로 사육하다가 논으로 흘러들어가 논에 피해를 입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필리핀도 초기에는 왕우렁이를 잡기 위해 농약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농약 사용으로 인해 사람의 손톱, 소의 발톱이 빠지는 등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그리하여 87년부터 왕우렁이를 어떻게 잘 활용할까 하는 연구를 시작하였고 지금은 상당한 연구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도 왕우렁이를 이용한 논과 제초제를 쓴 논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 볼 필요

가 있고, 왕우렁이를 넣어서 제초한 곳과 넣지 않고 제초한 논과의 상태는 어떻게 다른지 먼저 비교·분석한 자료가 나와야 한다.

왕우렁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은 우선 모심기 전 신문지를 논에다 던져놓으면 그 밑으로 왕우렁이가 모두 모여든다. 모여든 왕우렁이를 잡아내어 왕우렁이 액비나 닭, 오리용 사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왕우렁이가 무한정 번식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생태계 순환에 따라 번식하고 활동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왕우렁이 전문가 와다의 연구에 따르면 왕우렁이가 어린 벼를 8% 이상 가해해도 벼의 수량에는 차이가 없다는 연구를 발표하였고, 필리핀의 우렁이 전문가 조사에 의하면 첫해는 6% 정도 피해가 있지만 둘째 해는 전혀 피해가 없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무조건 생태계 파괴 운운하면서 현장 농민이 경험 속에서 얻어낸 농사기술을 백안시하거나 금기시하지 말고 무엇이 결과적으로 더 좋은 땅을 만드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더 나은 방향의 기술로 적극 권장해야 한다. 대안 없이 막으려고만 하면 메이저 비료회사나 농약회사의 로비와 방해 압력에 굴복하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유기농업 기술은 농민들 자신에게도 가장 해가 없고 소비자에게도 가장 위험이 적은 쪽을 우선해야 한다. 왕우렁이의 생태계 교란 정도는 필리핀 연구자들을 교훈 삼아 얼마든지 머리 좋은 연구자들이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본다.


힘들게 유기 농사짓는 농민들을 더 힘들게 한다든지, 손을 놓게 한다면 그것은 현장농민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생명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이끌어나가야 할 사람들이 할 짓이 아니다. 왕우렁이 문제 다시 생각해보자.

이태근/흙살림 회장,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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