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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 마을] 천국의 계단 / 하재연

등록 2006-12-12 17:13

시인의 마을

당신은 발자국 소리가 없어요

고양이의 영혼

아이들은 당신을 두려워하지 않지요

당신에게는 시간이 오래 머물러 있습니다

나에게서 아주 조금만 가져가준다면

나는 당신과 영원히 함께 있을 텐데

나는 당신의 주름을 가만히 움켜잡고 싶습니다


내 몸의 빨간 피를 하나하나 응고시키면

이파리의 물관들처럼 싱싱한 지도가 생기겠지요

당신은 그냥 나를 지켜봐도 좋습니다

하나, 둘, 셋 하다가 나는 잠이 들 것입니다

당신은 마치 거기서 달리려는 것처럼

-시집 <라디오 데이즈>(문학과지성사)에서

하 재 연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 박사과정 중에 있다.

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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