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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풀꽃이름] 나무노래 / 임소영

등록 2006-12-12 17:14

풀꽃이름
초등학생 조카가 읊조리는 ‘나무노래’는 조그만 입술로 옹알대는 모습도 귀엽지만, 무엇보다도 언어유희 수준이 뛰어나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우선 비슷한 소리를 붙인다. “가자가자 감나무, 오자오자 옻나무, 오다보니 오동나무, 늙었구나 느릅나무, 자빠졌다 잣나무 ….”

낱말풀이도 있다. “십리절반 오리나무, 열의갑절 스무나무, 내편네편 양편나무, 젖먹여라 수유나무, 셈잘한다 계수나무 ….”

말 쓰임이 나오기도 한다. “불밝혀라 등나무, 불에붙여 향나무, 마당쓸어 싸리나무 ….”

모습과 소리가 살아있다. “덜덜떠는 사시나무, 입맞췄다 쪽나무, 오줌싼다 쉬나무 ….”

반대말도 등장한다. “낮에봐도 밤나무, 거짓없어 참나무, 양반동네 상나무, 풀었어도 매자나무 ….”

아이러니는 어떤가. “한치라도 백자나무, 남쪽에 난 동백나무, 푸르러도 단풍나무, 죽어도 살구나무 ….” 아예 한 문장으로 만들기도 한다. “‘오자마자 가래’나무, ‘깔고앉아 구기자’나무, ‘칼로베어 피’나무, ‘씨름하여 저’나무, ‘하느님께 비자’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

요즘 생태학교에서 “뽕나무가 뽕하고 방구를 뀌니, 대나무가 대끼놈 야단을 치네, 참나무가 참다못해 하는 말, 참아라~”처럼 배운다 하니, 삶과 자연이 하나로 녹아든 모습이다. 나무노래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4·4조 음수율에 운을 맞추고 뜻을 이루는 품새가 절묘하지 않은가.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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