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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시청률 조작’ 그냥 넘어갈 수 없다 / 신해진

등록 2006-12-18 17:13

 신해진/전 미디어서비스코리아 전무이사·CEO
신해진/전 미디어서비스코리아 전무이사·CEO
기고
얼마 전 신문과 방송에 잇따라 보도된 시청률 조작 의혹은 업계를 놀라움과 당혹감을 지나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 한 조사회사의 간부가 폭로한 100여장에 이르는 시청률 조작 내부 문건은, 전문가의 양심은 물론 인간의 기본 양심마저 찾아볼 수 없는 범죄 행위가 3년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저질러졌음을 보여주었다. 그 문건에는 시청률 조작 전후 수치는 물론 그 이유, 조작 실무자와 결제자 등이 날짜별로 정연하게 보고서 형식으로 기록돼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보다 더욱 업계를 놀랍고 황당하게 만든 것은 문제의 회사가 “퇴직한 직원이 회사에 대한 좋지 않은 사적 감정으로 문건을 우발적으로 허위로 만들었다”는 진술서를 언론에 흘리고, 그 이후 이렇게 중요한 사안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묻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조사회사는 마땅히 공문서 위조로 형사 고발되고, 철저히 사건의 전말과 진위가 밝혀져야 함이 상식임에도 말이다.

나는 1991년 1월 우리나라에 최초로 시청률 조사 연구를 도입하고 정착시킨 사람이다. 시청률 자료란 ‘어떤 계층의 사람들이 어느 시간에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했느냐’를 보여주는 정보다. 이 정보를 기본으로 텔레비전 방송사는 시청자(국민)들에게 각 집단에 맞는 시간대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광고주들은 이 자료를 근거로 삼아 광고 효과에 비례한 합리적 광고비를 산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시청률 자료는 시청자의 관심과 생각을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지표다. 적어도 방송·광고 분야에서는 이보다 더 영향력이 큰 자료는 없을 것이다.

이런 영향력을 고려해 시청률 자료의 신뢰도와 정확성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도 한다. 일반적으로 자료검증은 외국에서는 약 3~5개월 동안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시청률자료 연구회사에 상주까지 하면서 여러 단계의 과정을 검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약 5년 전 ‘시청률조사 검증위원회’라는 것이 설립되었다. 국내 기업체와 방송사는 검증위원회가 해마다 검증을 해주는 2개 조사 회사의 시청률 자료를 구매해 활용하고 있다. 검증위원회를 믿고 자료의 신뢰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연간 2조원 이상(2005년 기준)의 공중파 텔레비전 광고를 배정해주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도 대부분 시청률에 근거해 합리적인 광고비를 산정한다. 그래서인지 검증위원회도 코바코 산하에 두었다.

그런데도 시청률조사 검증위원회는 이 조작 사건의 진위를 객관적으로 가려줄 검증 결과를 업계에 제시하지 않고 있다. 자료 조작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서는 시청률 조사 및 공정의 특성상 이 분야 전문가가 조사회사에 일정기간 상주해 모든 과정을 점검해야 한다. 특히 기술적 부분은 자료 검증자의 눈앞에서 실현해 보이지 않고는 정확한 검증이 불가능하다. 조사회사로부터 제공받는 자료나 설명만 듣고 자료를 ‘검증했다’고 한다면, 적어도 전문가들은 그 검증의 결과 자체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시청률 자료가 조작된 것이 사실이라면 방송사는 그 동안 그릇된 시청률을 기초로 방송 프로그램을 계획·편성했다는 얘기고, 막대한 광고비가 잘못된 요율에 의해 산정, 지급됐다는 뜻이다. 이는 기업체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영향력을 생각할 때 시청률 자료와 직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방송, 광고계는 시청자를 대신해 하루빨리 자료 조작의 진상을 정확하고 투명하게 조사, 공개하여 혼란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신해진/전 미디어서비스코리아 전무이사·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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