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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디어전망대]급전 : 한국방송 사장·노조위원장께

등록 2006-12-20 21:43

한국방송 사장, 노조위원장 급전

두 분 축하드립니다. 그렇지만 마음이 썩 개운치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정연주 사장의 취임사 잘 읽었습니다. “공영방송 KBS는 정치와 자본뿐만 아니라 권력을 행사하는 모든 집단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사로서 사회적 비판 기능을 다할” 거라고 하셨더군요. 듣기 참 좋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열린채널> 검열, <독립영화관> 폐지 사태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상업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대가 되었으며, KBS의 존재 이유도 그 만큼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대”라고도 하셨죠? 그럼 요즘 한국방송 1, 2 티브이의 공익성에는 얼마만큼 점수를 주시겠습니까? 이사회의 공공적 구실은 또 어떻습니까? 사장께서 제시한 다섯 과제를 보면서도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그럴듯한 구호만 늘어놓은 것 같고, 한국방송의 조직적 욕심만 챙긴 듯한 느낌입니다. 속이 탁 트일 구체적 방안, 통렬한 자기반성이 별로 없더군요. 한국방송이 직원들만의 회사가 아닌 사회 민주적 기관이라고 한다면, 좀더 책임감 있는 혁신의 약속들을 시청자에게 내놔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사장 혼자 다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는 안 되고, 그렇게 내버려 둘 수도 없습니다. 정 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시민사회와 학계가 비판 목소리를 높인 것도, 합리적이고 투명한 체계를 마련하기 위함이 아니었습니까?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는 못했어도 한국방송을 국가와 자본의 압력으로부터 빼내어 공공 영역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확신만은 더욱 뚜렷해진 것 같습니다. 노조의 구실, 노조위원장의 책임이 바로 이 사회화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한국방송을 정권과 시장의 유혹으로부터 독립시키고 협소한 조직 이기주의로부터 해방시켜 시민 공통의 자산으로 되돌리는 일입니다. 수행성 높은 공영서비스 방송사로 변환시켜 사회적 신뢰와 지지를 구하는 작업입니다. 이는 결코 ‘코드’를 깨고 복지를 챙기는 것으로 이룩될 수 없습니다. 지위 보존, 코드 비판 차원을 넘어서야 합니다. 신자유주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 방통융합 일방주의를 정면에서 대면해야 합니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는 다중, 지식인들과 제대로 소통해야 합니다. 안일한 사내 복지주의가 아닌,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 사회의 총체적 불안에 정확히 눈을 맞춰야 합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운영위를 통과했습니다. 법안대로라면 한국방송은 교육방송과 함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서 ‘주무부처’의 감독을 받게 되는 겁니까? 몰상식을 질타하는 노조 성명에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국영방송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시도에 맞서 “시민사회, 온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끌어내는 게 말처럼 쉬울까요? 신자유주의로 고통받는 다중과 한국방송은 얼마나 가까이 있습니까? 상업주의 경쟁과 시장 논리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 자청해 삭감한 임금 지분을 되돌려 받는 임원진, 고액 연봉이면서도 여전히 복지를 강조하는 노조에 시청자들이 지지를 보낼까요? 신자유주의 괴물과의 싸움에 동참하려는 한국방송 구성원 모두의 전례 없는 정치적 결단, 윤리적 재고가 필요합니다. ‘통렬한 반성’, ‘혁신적 방안’과 같은 말이 나와야 합니다. 재구성의 전망, 변신의 계획을 위해 경영진과 노조가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그 결과가 프로그램과 편성, 경영으로 나타날 때, 비로소 공영방송 보호를 위한 시민사회, 운동 진영과의 연대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소탐대실하지 마시고, 대승적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를 끌어냅시다. 비상시기에 서둘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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