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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새해시] 돼지꿈 / 안도현

등록 2006-12-31 19:11수정 2006-12-31 23:03

안도현
안도현
돼지꿈 / 안도현

올핸 나도 돼지꿈을 딱 한 번
꿔봤으면 아파트 값이 내려가더라도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을 누리지 않더라도
내 꿈속에서 어미돼지가 꽥꽥
기차 화통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느닷없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기차를
여러 마리 몽실몽실 낳는 꿈 한 번 꿔봤으면
좋겠다 세상이 깜짝 놀라겠지
어처구니없는 상상이 세상을 바꾼다는 걸
모르는 친구가 기어이 어처구니없는 상상이라고
팔짱 끼고 비웃어도 나는 좋겠다
어미돼지 뱃속에서 갓 빠져나온 아기기차의
젖은 눈두덩을 닦아주고 그 작은 입에
우윳병을 물리는 꿈, 그리하여 나는
그때부터 기차를 키우는 사람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돼지기차라고 불러도 좋고
기차돼지면 또 어떻겠어?
내 돼지꿈이 깨지 않고 이어져
잘 먹고 잘 자란 기차를 서울역으로 제발
끌고 갔으면 좋겠다 거기 플랫폼에서
신촌, 수색, 능곡, 일산, 금촌, 문산, 장단, 봉동, 개성, 토성, 려현, 계정, 금교, 한포, 평산, 남천, 물개, 신막, 서흥, 흥수, 청계, 마동, 신풍산, 사리원, 계동, 심촌, 황해황주, 흑교, 중화, 력포, 대동강, 평양, 서평양, 서포, 간리, 순안, 석암, 어파, 숙천, 만성, 신안주, 맹중리, 영미, 운전, 고읍, 정주, 곽산, 로하, 선천, 동림, 차련관, 남시, 양책, 비현, 백마, 석하, 신의주까지
꿀꿀거리는 돼지를 타고 달려봤으면
좋겠다 원래 길이 놓여 있어 그 길로
달려간 게 아니었던 것처럼
달리면서 스스로 길이 되는 기차가
돼지처럼 감히 멱따는 소리를 내질러도 좋겠다
강철이 된 녹슨 내 울음소리를
딱 한 번 돼지꿈을 꾸었을 때
꿈속에서라도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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