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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풀꽃이름] 너도밤나무 / 임소영

등록 2007-01-02 17:08

풀꽃이름
요새는 비슷한 동식물을 알기 쉽게 설명할 때 흔히 ‘사촌’을 끌어다 쓴다. 예컨대 문어와 낙지는 사촌이고, 가자미는 넙치와 사촌쯤 된다는 식으로 ….

그런데 풀꽃이름에서는 이 ‘사촌’ 대신 ‘아재비’가 쓰이거나 ‘너도/ 나도’가 쓰였다.

‘아재비’는 ‘아저씨’처럼 아버지와 같은 항렬의 형제를 일컫는 오래 된 말로, 풀꽃이름에서는 대충 비슷한 모습일 때 붙인다. ‘미나리아재비, 둥굴레아재비, 골풀아재비, 억새아재비 …’들이 있다.

‘너도밤나무’는 울릉도 바닷가가 원산지이며, 성인봉 근처 숲을 이룬 군락이 천연기념물 50호로 지정되었다. 잎과 열매가 전체적으로 밤나무와 닮아 먼 친척뻘 정도 되는데, 그래서 ‘너도 밤나무다’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너도바람꽃, 너도양지꽃, 너도방동사니, 너도고랭이 …’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견줘 ‘나도밤나무’는 언뜻 보아 잎이 밤나무와 닮았을 뿐, 전혀 다르다. 그런데도 ‘나도 밤나무요’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나도’가 붙은 이름으로는 ‘나도송이풀, 나도냉이, 나도박달, 나도잔디 …’들이 있다.

‘너도’는 다른 사람이 인정해 주는 것이고, ‘나도’는 제 스스로 나서는 것이라고 볼 때, 객관적으로는 ‘너도’가 원형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너도/ 나도’가 붙은 것은 ‘주어+술어’ 짜임으로서, 이런 얼개로는 낱말을 만들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이를 깨뜨린 이름이어서 특별하게 느껴지고 더 기억에 남는 듯하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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