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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완상칼럼] 정통성과 효율성, 새의 두 날개

등록 2007-01-03 16:53수정 2007-01-03 19:17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
한완상칼럼
해방 이후 오늘까지 한국정치사의 흐름을 보면, 두 가지 중요한 가치(또는 정책)가 동시에 저조했던 때가 있었고, 서로 모순 관계를 보여준 때도 있었다. 최근에는 두 가치가 함께 신장되는 것 같다. 그것은 민주화에서 확인되는 정통성의 가치와 경제 성장에서 나타나는 효율성의 가치다.

이승만 권위주의 시대에는 정통성이나 효율성이 모두 부끄러운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자유롭지도 못했고 배부르지도 않았다. 그래서 전형적인 후진국이었고, 세계에 비친 한국의 이미지는 부정적이었다. 그러다가 박정희 군사 권위주의 시대가 왔다. 정치적 정통성은 더욱 낮아졌으나 효율성은 괄목할 만큼 신장되었다. 이 때는 정통성과 효율성이 모순관계를 이루고 있었다. 효율성 이름으로 정통성이 훼손되었다. 배는 덜 고팠으나 자유를 목말라했다. 이 때도 한국 이미지는 좋지 못했다.

그러다가 문민정치가 들어서게 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정통성의 수준은 크게 올라갔다. 특히 지난 4년간 정치적 권위주의는 급속하게 사라지게 되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있어야 할 권위마저 무너지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효율성은 어떠한가? 크게 보면 효율성도 조금씩 향상되었다. 이제는 세계 경제 10위권에 이르게 되었다. 비록 내수 산업의 침체는 심각하지만 철강·자동차·조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고, 반도체와 정보통신 등 첨단 분야는 세계가 놀랄 만큼 발전하고 있다. 창의력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일과 함께, 밑으로부터의 정치 참여가 폭발적으로 활발해졌다. 한국은 이제 가장 선진적인 참여민주주의 나라로 발돋움하고 있다.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을 감동시킬 만한 수준에 우리가 이르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지난 군사 권위주의 시대에는 정통성의 가치를 훼손시키면서 효율성을 신장시켰는 데 반해 지금은 이 두 가치가 서로 도우며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5년 11월 국제적십자사연맹 총회가 이례적으로 서울에서 열렸다. 181개국 약 900여명의 적십자 지도자들이 모였는데, 초청국 적십자사 대표로서 나는 이 큰잔치를 효율성과 친절성을 동시에 구현한다는 생각으로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친절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세계 대회를 치른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9일 동안의 회의를 마치는 순간, 모든 참석자들이 기립박수로 뜨겁게 우리의 성과를 치하해 주었다. 그 후 여러 번 적십자 국제회의에 참석했는데, 그때마다 서울에 왔던 지도자들은 서울총회를 효율적이면서도 친절한 잔치였다고 칭찬해주었다. 한국적 정통성과 효율성, 이 두 가치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정말 흐뭇한 일이다.

최근 선진화를 화두로 내세우는 이들이 있다. 선진화는 참 좋은 가치다. 그런데 그들이 민주화를 선진화의 걸림돌로 보고 그렇게 주장한다면, 선진화의 참 가치가 훼손된다. 왜냐하면 선진화는 정통성과 효율성이란 가치가 모두 활짝 꽃핀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날 정통성과 효율성이 모두 낮았거나 모순일 때, 나라는 혼란스러웠고 국민의 고통은 가중되었다. 이제는 이 두 가치가 반드시 함께 신장되기를 정보화 시대 국민은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지난 연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바로 당신들(You)’을 선정한 것은 그만큼 그들이 힘있는 주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통성과 효율성은 새의 두 날개와 같다. 올해부터 한국이라는 큰 새는 이 두 날개를 활짝 펴 세계와 미래로 더욱 신나게 날아가야 할 것이다.

대한적십자사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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