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기 논설위원
유레카
한때 단자회사와 종합금융회사들이 잘나가던 때가 있었다. 주로 기업어음을 거래하면서 단기 자금시장을 좌지우지했다. 외환위기로 단자회사와 종금사들이 대부분 정리됐다.
용케 살아남은 것이 상호신용금고다. 외환위기 직후 해마다 20~40곳이 문닫을 정도로 어려웠지만 저금리 덕분에 회생했다.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바라는 고객들이 몰렸고, 저축은행은 자금이 어려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대출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냈다. 2000년 22조원까지 떨어졌던 총자산이 지난해 50조원을, 19조원까지 추락했던 여신이 43조원을 넘었다. 업계 1위인 솔로몬상호저축은행의 자산은 2조5천억원으로 제주은행보다 규모가 크다.
어디 그뿐인가. 은행처럼 소유지분 제한이 엄격하지 않다. 보험회사와 달리 예금도 받을 수 있다. 올해 안으로 자기앞수표, 체크카드를 발행하고 수익증권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작은 은행이나 다름없다. 특히 사주로서는 개인회사처럼 마음대로 운영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다. 금융권의 천덕꾸러기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한 셈이다.
그러나 물좋은 곳에는 돈과 사람이 꼬이는 법. 너도나도 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 건설회사는 지난해 유령회사를 세워 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자기 회사에 불법대출을 했다가 적발됐다. 한 달 전에는 금감원 수석검사역이 저축은행에 한도 초과 대출을 주선한 혐의로 기소됐다.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를 시도했던 김흥주 삼주산업 회장(옛 그레이스백화점 대표)의 로비망에는 수많은 정·관계,법조계 유력 인사들이 등장한다.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빙산의 일각인지도 모른다. 한 저축은행 임원진에는 금감원 부원장보, 금감원 팀장, 대검 강력부장 출신이 명단에 나란히 올라있다. 이들은 왜 거기에 있는 것일까?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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