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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땅이름] 듬실과 버드실 / 허재영

등록 2007-01-10 18:31

땅이름
“신라의 시조 혁거세는 전한의 오봉 원년 갑자에 나라를 세웠는데, 도읍의 길이가 3075보, 너비가 3018보이며, 35리 6부에 나라 이름을 서야벌(徐耶伐), 사라(斯羅), 사로(斯盧) 혹은 신라(新羅)라 하였다.”(<삼국사기> 지리지)

여기에 나타나는 ‘서야벌·사라·사로·신라’는 오늘날 ‘서울’의 어원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신라’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일까? 지리지에 나타나는 다른 지명에서는 이 말의 뜻을 짐작할 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작은 마을을 나타내는 땅이름에서 이 말의 뜻을 짐작할 수 있다. 사전 편찬사를 뒤적이면, 조선어학회에서 <큰사전>을 만들 바탕으로 ‘시골말’(방언)과 ‘조선말 지명’을 조사해 모은 자료가 나온다. 그 가운데 ‘듬실’[杜谷], ‘버드실’[柳谷]과 같은 지명을 볼 수 있다.

‘실’과 관련된 땅이름이 문헌에는 잘 보이지 않는데, ‘실’이 붙는 땅이름은 매우 많다. 한자 ‘곡’(谷)으로 맞옮겨 기록된 사례는 무수하다. 달리 말해 ‘실’은 ‘골짜기’의 뜻으로, 마을 이름에 ‘실’이 붙는 연유는 골 어귀에 마을이 형성됨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실’이 신라계 지명에서 온 남쪽 지방의 땅이름이라고 여겼는데, 앞의 자료는 평안 북부에서 나온 땅이름이었다. 실제로 ‘실’은 남쪽뿐만 아니라 경기 양평 등에서도 발견된다. 작은 마을 이름에서도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 볼 수 있는 사례라 하겠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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