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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북녘말] 자욱길 / 김태훈

등록 2007-01-14 18:19

북녘말
늦여름 윗대 어른들 뫼터 벌초를 할 때 사람 발길이 드문 산길을 오르다 보면 길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적잖다. 사람이 다니지 않아 웃자란 풀이 길을 가려 버린 까닭이다. 이런 길이 ‘자욱길’이다.

“나뭇군의 자욱길을 좇아서 산을 타고 골을 넘어 나가다가 나중에 길을 잃고서 헤매는 중에 해가 저물었다.”(홍명희, <임꺽정>)

자욱은 ‘발자국’의 ‘자국’과 같은 말이다. 자욱길은 표준어 규정을 따른다면 ‘자국길’이라 할 수 있겠다. 발자욱과 발자국은 근대 국어에서 모두 쓰이던 말인데, 1957년 발행된 한글학회 <큰사전>에서 ‘자욱, 발자욱’을 비표준어로 처리한 뒤, 지금은 남과 북의 차이로 벌어졌다. ‘자욱, 발자욱’을 남녘에서는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지만, 북녘에서는 ‘자국, 발자국’의 동의어로 인정하고 있다.

북녘에서 ‘자욱, 발자욱’을 수용한 것은 아마도 현실적으로 많이 쓰인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남녘에서도 ‘발자욱’은 현실에서 ‘발자국’과 함께 쓰이고 있다. 이 점에서 ‘자욱’과 ‘발자욱’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자욱, 자국과 관련이 있는 낱말로 ‘자국걸음, 자국눈, 자국물, 자욱포수’ 등이 있다. 자국걸음은 ‘조심스럽게 디디는 걸음’, 자국눈은 ‘발자국이 겨우 생길 만큼 조금 내린 눈’, 자국물은 ‘발자국에 괸 물’이나 ‘아주 적은 물’, 자욱포수는 ‘동물의 발자국을 잘 쫓는 포수’를 일컫는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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