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살다 보면
보증금 십만 원에 칠만 원인 방도
고마울 때 있다. 이별을 해도 편하고
부도가 나도 홀가분할 때 있다.
5만 원어치만 냉장되는 중고 냉장고
걸핏하면 덜덜거려도
긴긴 밤 위안 될 때 있다.
세상과 주파수 어긋나
툭하면 지직거렸던 날 위해
감당할 만큼만 뻗고 있는 제 팔들 내보이며
창가 은행나무 말 걸어올 때도 있다.
먼 훗날 지구에서 방 뺄 때
빌려 쓴 것 적으니
그래도 난 덜 미안하겠구나
싶을 때 있다.
-시집 <나는 한 평 남짓의 지구 세입자>(리토피아)에서
이 성 률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0년 <세기문학> 신인상, 2004년 <리토피아> 신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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