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동 선임기자
유레카
냉전 초기인 1950년대부터 미국과 소련은 날아오는 상대방 대륙간 탄도탄(ICBM)이 자국을 가격하기 전에 공중에서 폭파하는 탄도탄 요격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렸다. ‘상호확증파괴’라는 공포 위에 구축된 핵 경쟁을 뒷받침하는 또하나의 장치였던 탄도탄 요격미사일. 두 나라가 72년에 탄도탄 요격미사일(ABM) 제한협정을 맺은 건 핵 무한경쟁이라는 공포극 놀음에 서로 지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았다. 80년대 미국 레이건 정권은 ‘스타워즈’로 불렸던 전략방위구상(SDI)을 추진했다. 이것 역시 핵미사일 요격시스템인데, 에이비엠 제한협정을 피하고자 미사일 대신 인공위성을 우주공간에 띄워놓고 레이저빔 등으로 요격하는 방식이다. 기술 한계와 막대한 비용으로 실패했으나, 결과적으로 이에 과잉 대응한 소련을 몰락으로 이끌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아버지 부시 정권 땐 국지적 탄도미사일 대응용 지펄스(GPALS) 방위구상을 추진했으나 역시 에이비엠 제한협정에 저촉됐다. 이 장벽을 뚫고자 빌 클린턴 정권 때 전역미사일방어(TMD)와 국가미사일방어(NMD)를 추진했다. 아들 부시 대통령이 이 둘을 미사일 방어(MD)로 통합하고는 그 추진에 방해가 되는 에이비엠 제한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해 아예 깨버린 게 2002년 6월이었다.
부스터 단계, 관성비행 단계, 대기권 재돌입 단계 등 3단계로 나눠 각기 다른 요격무기들로 대응하는 미사일 방어 구상도 우주공간을 군사화한다. 미국의 핵 능력을 극대화하는 대신 타국 핵 능력을 무력화한다. 러시아가 엠디에 대응하는 새 핵전력 개발에 나선 건 예고된 일이었다. 지난 11일 탄토미사일로 860㎞ 상공의 우주공간에 떠 있던 자국 위성을 요격하는 데 성공한 중국의 행보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이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 운운하며 그런 중국을 비난하는 건 자가당착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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