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승 기자
유레카
남태평양의 섬나라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얼마 전 일부 섬과 해안 지역에 주민 소개령을 내렸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해수면이 높아져 더는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탓이다. 방파제 공사에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조금 높은 곳으로 집터를 옮기기도 했지만 갈수록 거센 조류와 폭풍을 이겨낼 수 없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와 산호섬들은 이미 수십개가 물속으로 사라졌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의 원인을 자연적 요인에서 찾는다. 지구 자전축과 공전 궤도가 조금씩 바뀌고, 오랜 지각·화산활동의 영향으로 태양 복사 에너지의 양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한 뒤로 이산화탄소(온실가스) 농도는 35% 증가했고, 지구 평균기온은 1도 가량 상승했다. 불과 수백년 만에 나타난 이런 급격한 변화를 수만년에 걸쳐 일어나는 자연현상으로만 이해할 수 없는 까닭이다.
기후 변화가 몰고 올 재앙에 대한 위기감은 높다. 지난주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선 관련 회의가 17가지나 열렸고, 각국 지도자와 기업인들은 한목소리로 온실가스 감축을 외쳤다. 기후변화협약에 부정적인 미국 정부도 ‘휘발유 소비 20% 감축’안을 내놨고, 전세계에서 수질 오염을 일으킨다고 지탄받는 코카콜라의 최고경영자는 ‘환경에 남기는 발자국’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한겨울 파리와 뉴욕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알프스에 눈이 내리지 않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더는 외면할 수 없는 경각심을 표시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혹평한다. 같은 포럼에서 발표된 ‘기후변화지수’를 보면 지구 온난화의 최대 피해자는 대부분 가난한 나라들이다. 주로 선진국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피해를 자연환경이 척박하고 대처력이 부족한 저개발국들이 떠안는 셈이다. 환경 난민이 된 파푸아뉴기니 섬 주민들의 상황은 재앙의 전조일 뿐이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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