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말뜻말맛] 까닭과 때문 / 김수업

등록 2007-02-05 17:42

말뜻말맛
요즘 ‘까닭’과 ‘때문’은 뜻이나 쓰임새가 한결같다. 국어사전을 보면 ‘까닭’은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이나 조건”이라 하고, ‘때문’은 “어떤 일의 원인이나 까닭”이라 한다. 뜻이 같다는 풀이다. 쓰임새도 마찬가지다. “소 살 돈을 노름해서 잃은 까닭으로 벼를 찧어 팔아서 ….”(이기영 <서화>) “장수 한 명이 갈린 때문으로 해서 이렇게 참패가 될 줄은 ….”(박종화 <임진왜란>) 예시한 ‘까닭’과 ‘때문’은 쓰임새에서도 아주 같다.

그러나 ‘까닭’은 이름씨고, ‘때문’은 매인이름씨(의존명사)다. 매인이름씨 ‘때문’은 이름씨 ‘까닭’처럼 아무데나 쓰지 못하고 이름씨·대이름씨·이름꼴 ‘~기’ 뒤에만 매어서 쓴다. ‘감기 때문에’는 이름씨 뒤, ‘너 때문에’는 대이름씨 뒤, ‘어둡기 때문에’는 이름꼴 ‘~기’ 뒤에 썼다. 이름씨·대이름씨·이름꼴 ‘~기’ 뒤에만 매어서 쓴다는 것은 ‘때문’이 본디 토씨였다는 뜻이다. 토씨가 뒤에다 토씨를 붙이며 이름씨 노릇까지 해서 매인이름씨가 되었는데, 육이오 즈음부터는 아예 이름씨 노릇을 하려고 나섰다. 일테면 앞에 보인 ‘갈린 때문으로’는 ‘ㄴ’ 뒤, ‘먹은 때문에’는 ‘~은’ 뒤, ‘아는 때문에’는 ‘~는’ 뒤, ‘가던 때문에’는 ‘~던’ 뒤에 썼다. 이처럼 ‘ㄴ’, ‘~은’, ‘~는’, ‘~던’ 같은 매김꼴 뒤에 쓰면 매어서 쓴 것이 아니라 아예 이름씨로 쓴 것이다. 하지만 ‘때문’을 매김꼴 뒤에 이름씨로 써보면 아직도 어설프고, 이름씨·대이름씨·이름꼴 ‘~기’ 뒤에 매인이름씨로 써야 제격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