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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객원논설위원칼럼] 사회투자정책이 성공하려면 / 김연명

등록 2007-02-19 16:33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객원논설위원칼럼
얼마 전만 해도 생소하게 들리던 ‘사회투자 전략’(2006년 10월17일 <한겨레> 칼럼 참조)이 정부·시민사회와 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 공론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회투자 정책을 이미 차려져 있는 식탁 위에 몸에 좋다고 생각되는 새로운 반찬 두세 가지 정도를 더 놓은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회투자 정책이 성공하려면 음식재료의 조달에서부터 식단을 차리는 방식까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인적 자본 향상을 목표로 하는 사회투자 정책을 인지능력을 높이는 교육정책만으로 이해하는 것은 이 정책의 문제의식을 놓친 것이다. 인적 자본은 학교는 물론 가정·지역사회에서의 사회적 학습, 그리고 각종 조직에서의 근무경험과 직업훈련, 평생교육 등 다양한 환경 속에서 형성되고 발전한다. 즉 좋은 성장환경과 직업환경이 인적 자본 향상의 열쇠가 되며, 이를 위해서는 보건복지 정책, 여성가족 정책, 그리고 노동시장 정책 등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개별 사회정책의 종합적·유기적 결합을 통해 국민 개개인의 발달환경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인적 자본의 종합적 향상이라는 사회투자 정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사회투자 정책은 평생 두세 개의 직업을 가져야 하는 새로운 경제환경에서 노동시장에서의 적응 가능성과 고용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하지만 노동시장에서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으면 인적 자본은 사장되고 투자의 효용성 문제가 제기된다. 때문에 사회투자 정책은 일자리 창출 정책과 짝을 이루어 진행되어야 한다. 사회투자 정책의 초기 단계에서는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사회취약계층이나 여성이 전략적인 정책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부문에서 이들을 흡수하면 좋지만 당분간은 사회적 일자리가 현실적인 대안일 수밖에 없다.

사회투자 정책의 성공을 좌우하는 궁극적 열쇠는 지역의 행정능력에 달려 있다. 전통적인 현금지원 프로그램에서 행정의 초점은 누가 빈곤한지만 정확하게 판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회투자 정책에서는 빈곤을 만들어낸 가정과 지역사회 환경을 조사하고, 인적 자본의 축적 정도를 평가하고, 노동시장 진입 훈련을 시행해야 하며, 일자리와 연계시키고, 직장을 제대로 다니는지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 때문에 지역단위에 존재하는 고용안정센터, 보건소, 동사무소, 사회보장 관련기관 등 각종 사회정책의 하부기관들은 행정능력이 재편되고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사회투자 정책에서 지역사회의 중요성이 그토록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통적인 복지제도의 장점과 한계를 충분히 경험한 서구의 복지국가에서 나온 이 전략을 기초적 복지제도가 완성되지 못한 한국에 적용하는 것이 무리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가 가져오는 엄청난 구조적 문제를 전통적인 현금지원 정책만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사회투자 정책이 전통적 복지프로그램의 상징이던 인권이나 생존권의 가치를 경시한다는 비판도 있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그 환경을 조성해주자는 사회투자 정책과 고기를 직접 주자는 전통적 복지정책 중 어느 것이 인간의 기본권을 더 잘 보장하는지는 가치판단의 문제다.

사회투자 전략은 이념적으로 중도파에서 제기된 담론이나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한국의 상황에서 어느 정파가 집권해도 이 전략의 문제의식과 정책적 지향성을 벗어나기 어렵다. 신자유주의적 사회정책의 폐해는 이미 드러났고 전통적인 복지국가의 사회정책 역시 한계가 노정된 상황에서 사회투자 정책이 성공하려면 기존 접근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정책구상과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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