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새가 어떻게 날아오르는지 어떻게
눈 덮인 들녘을 건너가는지 놀빛 속으로
뚫고 들어가는지
짐작했겠지만
공중에서 거침이 없는 새는 오직 날 뿐 따로
길을 내지 않는다
엉뚱하게도
인적 끊긴 들길을 오래 걸은
눈자위가 마른 사람이 손가락을 세워서
저만치
빈 공중의 너머에 걸려 있는
날갯깃도 몇 개 떨어져 있는 새의 길을
가리켜 보이지만
-시집 <새떼를 베끼다>(문학과지성사)에서
위선환
전남 장흥 출생으로, 2001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 <눈 덮인 하늘에서 넘어지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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