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땅이름] ‘모라’와 마을 / 허재영

등록 2007-03-07 17:45

땅이름
1988년 4월 중순에 발견된 울진군 봉평리의 비문은 한자를 빌려서 우리말을 적은(차자 표기) 사례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큰 흥분을 가져다준 비문이다. 이 빗글에 대해서는 남풍현 교수가 비교적 자세히 연구를 한 적이 있는데, 땅이름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자료가 담겨 있다. 왜냐하면 비를 세운 사람으로 ‘거벌모라’의 ‘이지파 하간지’와 ‘신일지 일척’이라는 기록이 나오기 때문이다.

‘모라’는 마을의 어원에 해당한다. <양서> 신라전에 “신라인들은 성을 건모라라고 한다”라는 기록이나, <삼국사기>의 ‘모루성’(충남 서천이나 예산으로 추정)에 들어 있는 ‘모라’와 ‘모루’는 모두 큰 마을인 성을 뜻한다.

그런데 ‘모라’를 ‘산’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왜냐하면 ‘모라’ 또한 ‘??’의 변이형인 ‘마루’, ‘머리’와 같은 계통의 낱말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주동은 <고가연구>에서 ‘??’가 ‘산’과 ‘머리’를 뜻하는 동음이의어였다고 한 바 있다. 이 견해를 따르면 ‘검은모루’는 ‘검은산’이란 뜻이 된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는 ‘돌모루’는 ‘산’보다는 ‘모퉁이’나 ‘벼랑’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땅이름은 대체로 한자말 ‘석우’(石隅)로 바뀐다. 이를 고려한다면, ‘??’와 ‘모루’, ‘모라’는 별개의 낱말로 보인다. 이처럼 비문에서도 땅이름의 어원을 밝히는 말을 찾아낼 수 있음은 기쁜 일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